"학부모 괴롭힘에 이미 세상을 떠난 동료 교사들, 이 순간에도 생을 고민하며 재판을 지켜볼 수많은 교사를 위해서라도 강력한 처벌을 내려주세요. 다시 아이들에게 미래와 희망을 가르치는 교실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2년 전 담임을 맡았던 교실에서 한 학부모에게 협박과 폭행을 당한 이후 아직도 교단에 서지 못하고 있는 교사 A씨의 호소다. 이 사건은 최근 교사들이 학부모 민원에 시달리다 스스로 생을 마감한 비극을 계기로 전국에서 '교권 보호'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A씨, 사건 이후 공황장애 시달려
"고의 악성 민원인에 경종 판결을"
인천교사노조, 기자회견서 촉구
A씨는 2021년 11월 인천 한 초등학교에서 수업하던 중 갑자기 난입한 학부모 B씨에게 폭언을 들었다. B씨는 아들이 학교폭력심의위원회에 가해자로 회부된다는 통보를 받자, 피해 학생이 있던 A씨의 교실을 찾아가 "우리 애를 신고한 게 누구냐"며 난동을 부렸다. 당시 B씨는 한 남성과 함께 무단으로 교실에 들어와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A씨에게 욕설을 하고 목을 조르기까지 했다.
A씨는 이 사건 이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진단을 받았다. 약 없이는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공황장애, 불면증, 고열에 시달리는 등 학교로 다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B씨는 A씨에게 사과는커녕 쌍방 폭행이라며 맞고소를 하고 아동학대로 신고까지 했다. A씨가 무혐의를 받을 때까지 학교와 인천시교육청의 지원은 상담 기관을 연계해주는 정도였다고 한다.
A씨는 탄원서를 통해 "학교에서 일어나는 어떤 폭력도 용인될 수 없음을, 학교폭력을 신고한 학생에게 자기의 잘못이 아님을 알려줄 수 있도록 도와달라"며 "학교가 붕괴하지 않도록, 나아가 공교육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사법부가 피고인에게 엄벌을 내려달라"고 호소했다.
B씨에 대한 선고 공판은 오는 23일 인천지법에서 열린다. 앞서 인천지검은 결심 공판에서 B씨에게 징역 2년을 구형했다. 인천교사노동조합과 초등교사노동조합은 B씨의 엄벌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이며 탄원서를 받았는데, 전국 교사와 학부모 등 1만344명이 동참했다.
인천교사노조는 7일 기자회견을 열고 "인천시교육청과 학교는 악성 민원인으로부터 교사를 보호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해야 하고, 학교와 교사를 보호하는 관련 법도 마련돼야 한다"며 "해당 학부모에게 엄벌을 내림으로써 이번 판결이 고의적·지속적으로 악성 민원을 제기하는 이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희연기자 kh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