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직업인 양성을 목표로 하는 경기도 직업계고의 학생들이 여전히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일부는 전공조차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어 실질적인 지원책 마련이 요구된다.
7일 교육부의 '2023년 직업계고 졸업자 취업통계조사'에 따르면, 올해 직업계고(특성화고, 마이스터고, 일반고 직업반) 졸업생 7만1천591명의 취업률은 55.7%로 전년(57.8%)보다 2%p 이상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경기도로 좁혀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경기도 내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 졸업생의 취업률은 각각 54.1%와 85%로 전년 대비 1.6%p, 1%p씩 떨어졌다.
올 특성화·마이스터고 취업률 하락
지표 매몰 "전공 무관한 실습 보내"
"영화관 알바, 정규직으로 포장도"
道교육청 "학과 재구조화 등 노력"
지난해 수원의 한 직업계고를 졸업한 신모(20)씨는 "취업도 힘든데, 전공에 맞춰 입사하는 건 정말 어려운 게 직업계고의 현실"이라고 짚었다.
세무행정을 전공한 신씨가 2학년 때 학교에서 연결해준 세무법인으로 현장 실습을 나갔을 때 경험한 현실은 기대를 엇나갔다. 세무와 관련된 구체적인 업무가 주어지긴커녕 영수증 붙이기, 서류 정리하기, 청소 등 허드렛일이 그의 일과를 채웠다.
그는 "진로를 결정할 중요한 시기에 실습을 나간 건데, 회사에서 잡일을 하는 게 아니면 책을 읽거나 자습을 하는 게 하루 일과였다"며 "실습을 나간 친구들 다수가 비슷한 경험을 했고 이렇게 전공을 포기한 이들도 꽤 있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취업 현장에서는 취업률 감소와 함께 일자리의 질도 문제로 꼽힌다. 일부 학교들이 취업 지표에만 매진한 채 학생의 전공을 무시하고, 무작위로 기업에 연결하는 것도 취업률 숫자가 숨긴 병폐 중 하나다. 앞선 조사에서 취업생(지난해 졸업생 기준) 가운데 취직한 지 1년이 지난 시점에 회사를 그만둔 이들이 33.6%에 달할 정도로 불안정한 일터에 뛰어든 것이다.
3년 전 수원의 한 직업계고에서 경영정보를 전공한 A씨는 "학교에 떠밀려 전공과 다른 일자리에 연결되는 일이 흔하다"며 "(전공과 다른) 중고차 딜러로 취업하는 친구도 봤다. 심지어 영화관 입장 관리 아르바이트로 일하게 된 것을 학교가 해당 기업 정규직원으로 입사한 것으로 포장해 깜짝 놀란 적도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 내 직업계고를 관할하는 경기도교육청은 학생들의 어려움을 인지하고 다각도로 지원을 펼치고 있다는 입장이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기존의 학과를 취업에 유리한 학과로 재구조화하는 사업, 반도체 등 신산업분야 계열 기업과 취업을 연계하는 사업 등으로 질 좋은 일자리를 매칭시키고자 노력하고 있다"면서 "상업 계열 졸업생 중 5명 내외를 교육청의 일반행정직으로 채용하는 것도 내년 계획 사업 중 하나로 준비 중이다. 취업률이 단기간에 끌어올릴 수 있는 문제가 아닌 만큼, 장기적인 차원의 대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수현기자 joeloac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