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총선을 앞두고 기업들이 투자를 꺼린다. 한국은행의 자금순환표를 보면 2023년 6월 말 현재 대기업 위주의 기업들의 현금성자산은 917조원에 이르지만 여전히 투자를 꺼린다. 한국금융연구원(KIF)은 2024년 경제전망에서 고금리, 고물가로 인한 가계의 실질 소비여력의 제약이 지속되면서 소비증가는 내년 상반기까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내년도 경제성장률은 세계경제성장률 2.9%에 못 미치는 2.1%로 전망하고 있다. 2023년의 잠정치 1.3%에 비하면 완만한 회복세로 보이지만 가계는 여전히 불안심리로 소비를 망설이고 있다. 내년도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2.6%로 물가안정목표 2%를 여전히 상회할 것이며, 주택시장 등 건설경기의 불확실성도 민간 소비에 하방압력을 가해 소비위축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한다. 건설 선행지표(건축허가, 건축착공, 건설수주 등)의 악화는 내년 실질 건설투자의 역성장(-1.6%)을 예측하며 내년도 경제상황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다행히 내년도 총수출 및 총수입 증가율은 각각 2.6%와 2.4%를 기록할 전망이고, 금년 국내 증시는 상반기 기대 이상의 상승세를 보였으나 하반기 하락세 전환 후 최근 하락 폭이 이어지고 있다. 증시와 고금리 장기화로 인한 회사채 시장의 발행여건 위축 지속으로 내년도에도 기업의 자금조달 규모는 정체될 전망이다.
국내 정치 혼란·기업 부진 불확실성
이-팔 전쟁 등 국제 위기상황까지
내년 美대선 세계판도 큰변화 예고
외적으로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 게다가 최근 갑자기 발생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격렬한 전쟁은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국제적 위기상황이다. 한미일 연합의 대척점에서 북중러 연합의 대응태세 등 신냉전 시대의 도래는 국제적으로 전쟁 피로감이 높아지며 경제의 불확실성을 더욱 가속화 하고 있다.
이런 복잡다단한 지정학적 리스크 상황 속에서 우리나라는 세계정세의 흐름을 제대로 읽고 국익에 도움이 되는 합리적 선택으로 세세히 살펴보고 최선의 전략적 선택을 해야 할 것이다. 자칫하면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격이 되어 국익에 돌이킬 수 없는 손해를 입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할 일이다.
노동 약화로 생산성 둔화 안팎 불안
국민의 지혜로 내우외환 이겨내야
1년 뒤에는 정치, 경제 등 여러 국면에서 우리에게 큰 영향을 미칠 미국의 대통령 선거가 치러진다. 미국의 지난 정권을 회상해 본다. 트럼프의 당선으로 자기들 내부의 실패를 외부의 탓으로 돌리는 배타적 민족주의와 혐오를 선동하는 극우 포퓰리즘과 공포와 분노를 조장해 지지를 얻은 트럼피즘(Trumpism)은 아메리카 퍼스트라는 구호 아래 기존의 질서를 흔들고 세계화의 리더, 경찰국가로의 미국의 역할을 거부하고 오로지 자국의 이익만을 우선하였다. 20세기 후반부터 국제 평화 질서를 이끌었던 팍스 아메리카나의 포기이다. 동맹국인 우리에게는 주한미군 방위비를 뜬금없이 5배를 더 내라는 어처구니없는 요구를 하고, 중국과의 무역전쟁,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 실패 등으로 우리를 피곤하게 했다. 바이든이 대통령이 되면 훨씬 유리하고 좋겠다 싶었는데 그 나물에 그 밥인 경우가 되고 말았다. 미국의 요구대로 본토에 반도체공장, 자동차공장을 대규모로 짓고 엄청난 투자를 했는데도 말을 바꿔가며 '동맹국'의 애를 태운다. 자존심도 상하고 믿을 구석이 없어 보인다. 여북하면 트럼프의 재집권에도 버틸 수 있는 방어책 '트럼프 프루프'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내년 미국 대통령 선거는 우리는 물론 세계의 정치, 경제 판도에 큰 불확실성임이 틀림없다. 일본의 금리인상 등 금융정책의 변화움직임도 한국경제의 향후 성장경로에 불확실성을 가중시킨다. 저출생, 고령화로 생산연령인구가 감소하면서 노동공급여력의 약화로 인한 생산성 둔화 등 편안함이 없이 안팎으로 불안하기만 하다.
1998년 외환위기 극복을 위한 금모으기운동, 1988올림픽의 성공적 개최, 2002월드컵 4강 신화 등 단결과 통합의 저력으로 위기극복은 물론 국가의 위상을 높여 선진국을 만든 국민의 위대한 지혜로 내우외환을 이겨나가야 할 때이다.
/이세광 콘테스타컨설팅 대표·한국조직문화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