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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촬영 주의! 불법촬영이 잦은 곳입니다!" 인천남동경찰서가 인천남동구청과 함께 2021년 7월 구내 로데오 거리 버스정류장 7곳에 설치한 싸인블록에 게재된 문구다. 불법촬영 범죄 예방을 위한 주의 메시지인데, 최근 온라인에서 문구를 비판하는 여론이 일고 있다고 한다.

불법촬영, 즉 도촬(도둑촬영)은 피해자가 전혀 모르고 당하는 범죄인데, 주의한다고 막을 수 있느냐는 의문이 비판의 핵심이다. 문구대로면 불법촬영 범죄의 책임이 피해자의 부주의 탓이 된다는 논리다. 타당한 지적이다. 불법촬영 금지와 단속을 경고하는 문구면 족했다.

선의나 본의가 부주의한 문구나 발언으로 훼손되고 역풍을 맞는 일이 흔하다. 얼마 전 설악산국립공원사무소는 토왕성 폭포 인근에 "잠깐, 이래도 가셔야 하겠습니까"라는 안내문을 설치했다. 출입금지구역 산행으로 인한 추락사를 예방하기 위한 안내문인데 역풍을 맞았다. 첨부한 추락사 등산객 사진 2장이 경고라기엔 수위가 너무 셌다. "이번 학기도 (헛)수고하셨습니다. 티웨이로 떠나세요"라는 티웨이 항공의 대학가 광고물은 유머 아닌 유머로 항의에 시달리다 철거됐다. 한 건설사의 100억원 짜리 초고가 아파트 광고 문구 "언제나 평등하지 않은 세상을 꿈꾸는 당신에게 바칩니다"도 누리꾼의 격렬한 항의로 홈페이지에서 사라졌다.

글뿐 아니라 말도 문제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한국인 인요한 혁신위원장에게 뜬금없이 영어로 말을 건넸다가 차별주의자로 찍혔다. 진보의 입 유시민씨는 "증거인멸이 아니라 증거보전"이라는 말로 신뢰를 잃었다. 한 영장판사는 '공적 감시와 비판의 대상인 야당 현직 대표는 증거인멸 염려가 없다'며 이재명 대표 구속영장을 기각했는데, 자의가 지나치다는 비판을 받았다.

'조심하지 않았으니 당해도 싸다.' 피해자 인권에 무심했던 시절 범죄 피해자를 조롱한 대표적인 2차 가해 표현이다. 남동경찰서 싸인블록에서 이런 느낌을 받은 사람들이 적지 않았던 모양이다. 경찰이나 구청은 범죄예방을 위한 선의를 너무 예민하게 곡해한다고 억울할 수도 있겠다. 그래도 경고와 주의는 범죄자를 겨냥하는 것이 맞다. 경찰은 내년쯤 문구 수정을 검토한다는데 할 거면 빨리 하는 것이 맞다. 대중에게 선의와 진의를 전달하려면 문장 하나 말 한마디도 신중해야 한다.

/윤인수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