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그라피라는 영역을 오랜 기간 개척해 온 한글서예가 박혁남 작가의 11번째 개인전이 오는 10일부터 17일까지 인천 미추홀구 혜원갤러리에서 열린다.
박혁남 작가는 대한민국미술대전 서예 부문 초대작가로 두 번의 심사위원장을 역임했으며, 수원대학교 미술대학원 서예전공 겸임교수로 9년간 재직했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에선 서예 퍼포먼스를 펼치는 등 지역 안팎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중진 서예가이자 캘리그라퍼다. 박 작가는 전국 22개 지회·지부를 둔 (사)한국캘리그라피창작협회 이사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박 작가는 7년 만에 개최하는 캘리그라피 개인전에서 평면 액자 작품 60점, 다양한 소재를 활용한 소품 50점을 전시한다. 작가가 개인전 개최와 함께 시인으로서 출간한 두 번째 시집 '묵향의 아침'에 수록된 시 문구를 캘리그라피로 표현한 작품이 많은 게 이번 전시의 특징이다.
캘리그라피는 일상에 밀착한 예술이다. 손수건, 스카프, 부채, 컵, 가방, 간판과 광고판 등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박 작가도 캘리그라피를 일상에 녹이는 것을 주저하지 않고 다양한 생활 소품에 작품을 새겼다. 제주도 고택(古宅) 자재를 작품의 액자로 만들어 활용하거나 그 위에 직접 작품을 올리기도 했다. 박 작가는 "전통 서예는 규격화된 서체와 서법을 중심으로 표현한다면, 캘리그라피는 쓰고자 하는 문구나 사물에 집중해 감성적으로 표현한다"며 "감성적인 것을 먼저 대입한다는 점에서 대중성이 있고,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용진 월간 '서예문인화' 편집주간은 이번 전시 평론에서 "캘리그라피는 문자를 바탕으로 획과 면, 먹과 색, 채움과 비움, 공간 경영으로 아름다움을 낳는다"며 "어떤 요소든지 특성에 맞춰 글씨를 쓰고, 감성을 담아내는 능변의 기량과 뛰어난 작가 역량의 총체이자 결과"라고 했다.
전시 오프닝을 겸한 시집 '묵향의 아침' 출판기념회는 11일 오후 4시에 개최된다. 작가는 이번 시집에 68편의 시를 담았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