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밖에서 지역의 눈으로 바라보면 '메가 서울'은 어이없다. 아니 분노를 치밀게 한다. 그렇지 않아도 대한민국은 서울 특별시민과 지방 잡놈으로 나뉜 지 오래다. 서울 일극체제를 정점으로 하는 수도권 집중은 고착화된 지 오래다. 수도권이 고도 비만에 시달릴 때 아사직전에 처한 지방은 신음한다. 조금만 서울을 벗어나도 극심한 불균형을 쉽게 확인한다. 전북은 조선왕조 본향이라는 자긍심을 지닌 곳이다. 한때 250만명에 달했던 전북은 175만명으로 쪼그라들었다. 불과 40~50년만이다. 전주를 제외한 주변 시군은 뉘엿뉘엿 넘어가는 석양이다.
김포시 편입 구상, 수도권 표심 꼼수
역대 정부 '균형발전' 지방은 제자리
임금 53만원·고용 격차 6.7%p 달해
급격한 인구 감소는 수도권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비슷한 양상으로 진행 중이다. 청년들이 떠난 도시는 황량하고, 농촌은 나이 든 이들로 무기력하고, 한때 번성했던 재래시장은 찬바람만 휑하다. 또 해를 거듭할수록 빈집과 폐교, 임대 상가는 눈처럼 쌓인다. 역대 정부마다 지역균형발전, 국토균형발전을 앞세워 표를 샀지만 지역은 제자리다. 소설가 이철호가 '서울은 만원이다'를 발표한 때는 1966년이다. 그가 지금의 서울과 수도권을 소재로 소설을 쓴다면 뭐라고 할까. 아마 '만원(滿員)'으로도 표현할 수 없는 현실 앞에 망연자실할 게 분명하다.
서울과 수도권은 블랙홀이다. 서울과 경기, 인천을 합한 수도권 인구는 50년 전 전국 20% 선이었다. 지금은 과반(50.6%)이다. 또 국내 100대 기업 본사 86%, 취업자 과반이 수도권에 몰려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역 간 인구이동과 지역경제' 보고서(2020년 기준)에 따르면 한국 수도권 비중은 OECD 26개국 중 가장 높다. 이뿐 아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월평균 실질임금 격차는 53만원, 고용률 격차는 6.7%포인트에 이른다. 한은은 "수도권 일극체제는 청년들이 불이익을 감수하고라도 몰리는 원인"이라며 "저출산도 수도권 집중에서 비롯됐다"고 진단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메가 서울'이라고? 도대체 누구 머리에서 나온 발상인지 묻고 싶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비판 목소리가 나오는 것을 보면 번지수를 잘못 짚었다. 같은 당 유정복 인천시장은 "김포를 서울시로 편입하는 주장은 실현 가능성 없는 선거 포퓰리즘 정치 쇼"라며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오죽하면 한목소리 내는 것을 지상명령으로 알고 있는 보수정당에서 반대 목소리가 나올까 싶다. 유 시장은 한걸음 더 나갔다. '특별공화국'이 대한민국 문제라며 지방시대에 역행하는 서울특별시 공화국은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몸집 불리면 국가공동체 유지 어려워
어디 살든 차별받지 않는 개선 필요
지금처럼 서울과 수도권 몸집만 계속 불리면 국가라는 공동체는 유지되기 어렵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어디에 살든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 이는 헌법 정신이기도 하다. 하지만 현실은 서울 공화국과 지역 들러리로 나뉘어 있다. 누가 만들었는지 모르지만 '인서울' '지잡대'라는 천박한 용어가 아무런 저항감 없이 사용되는 대한민국은 정상이 아니다. 이는 지역에 대한 멸시이자 폭력이다. 차제에 서울에만 붙은 '특별시'를 떼야 한다. 한데 서울특별시도 모자라 특별자치도, 특례시까지 '특별'이 흔전만전이다. 대한민국은 어디로 가는지 묻고 싶다. "누구든지 고향에 돌아갔을 때, 그걸 대하면 '아, 드디어 고향에 돌아왔구나' 싶은 사물이 하나씩은 있기 마련이다. 그것은 이십 리 밖에서도 보이는 고향의 가장 높은 봉우리일 수도 있고, 협곡의 거친 암벽 또는 동구 밖 노송일 수도 있다."(그대 다시는 고향에 가지 못하리) 이문열이 고향에 바친 헌사다. 우리 모두는 고향을 떠나왔다. 지역의 눈으로 지역을 바라보자.
/임병식 서울시립대학교 초빙교수(前 국회 부대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