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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일보와 인천문화재단이 공동으로 인천책 읽기 캠페인을 진행합니다. 이재용 문학평론가, 이원석 시인, 김경은 소설가, 양진채 소설가 등 4명의 필진이 도시 인천과 인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인천책을 4권씩 모두 12차례에 걸쳐 추천합니다. → 편집자 주

동생을찾으러
동생을 찾으러. 방정환 지음. 보물창고 펴냄. 112쪽. 2014년 12월 20일 출간
현재 내가 편집주간을 맡고 있는 계간 '작가들'에서는 우현 고유섭의 이름을 따서 만든 '우현재'라는 꼭지에서 인천과 관련한 소재의 글을 싣고 있다. 작가로는 '감자꽃'의 시인 권태응, '보리피리'의 시인 한하운, '바닷가 소년'의 소설가 한남철 등을 다룬 적이 있다.

2022년 '어린이날 100주년' 기념으로 관련 사진이라도 싣고 싶어 천도교와 연락하였다. 방정환연구소의 장정희 소장이 인천서부교육지원청의 초청으로 소파 방정환과 인천의 인연을 소개하러 온다는 소식을 들었다. 급히 연락하여 가을호에 원고를 실었다.

원고에는 방정환이 말년에 인천에서 요양했다는 내용, 한국전쟁 이전에 방정환 가족이 인천에서 살았다는 내용을 시작으로 인천과 관련한 인연이 여럿 소개되어 있었다. 인천을 배경으로 한 작품으로 소개한 것은 1920~1921년 '개벽'에 연재한 '그날 밤', 1925년 '어린이'에 연재했던 탐정소설 '동생을 찾으러'가 있었다.

'그날 밤'보다는 중국인들에게 납치된 동생을 찾아 저녁 시간 동안 인천에서 활극을 벌이는 '동생을 찾으러'가 본격적이다. 한국 최초의 탐정소설로 논의하는 연구자(정혜영)도 있기에 의의도 깊다.

마지막 장면에 인천 소년회원 300여 명이 등장한다. 1925년 3월 인천의 내리예배당에서 '신춘 소년소녀대회'를 열었고 방정환을 초청하였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그 의의가 더욱 증폭된다. 방정환은 한국의 첫 '소년소녀대회'를 연 인천 소년회의 모습을 작품에 담고 싶었을 것이다.

인천으로 옮겨간 중국인 쫓아가
차이나타운 등 익숙한 장소 등장
마지막 소년회관 위치 서술 없어

'동생을 찾으러'는 중국인 범죄자들이 조선의 아이들을 납치하여 중국에 팔아버렸다는 소식을 배경으로 시작한다. 어느 날 주인공 창호의 동생인 순희가 실종되고, 창호는 중국인들이 많이 산다는 덕수궁 대한문 뒤쪽의 정동 골목을 뒤지다가 동생의 흔적을 발견한다.

불굴의 의지를 가진 소년 창호는 동생을 찾으러 잠입하였다가 잡히고 또 탈출한다. 대들보에 올라가 숨는다거나 문 뒤에 숨어 있다가 탈출하는 오늘날 익숙한 장면이 1925년의 소설에서도 등장하는 게 흥미롭다. 순사가 올 것을 예상한 중국인들은 인천으로 장소를 옮기고 이를 포착한 창호와 그 동료들이 쫓아가 추적 활극을 벌인다.

인천의 장소는 세 곳이다. 인천역에서 차이나타운을 지나 응봉산 자락의 작은 벽돌집으로 올라가는 첫 번째 장소는 장정희 소장이 '작가들'에 기고한 원고에서 상세히 밝혔다. 그 장소가 들키자 범인들은 순희를 데리고 두 번째 장소로 이동한다. "시가를 꿰뚫고 신작로 고개를 지나 철롯둑을 넘어서 초가집 많은 동리로 들어가더니 목욕탕 같은 높은 굴뚝 있는 뒷집"이라고 제시된 두 번째 장소는 현재로서는 특정하기 어렵다.

마지막 장소는 납치범들에게 반격을 가할 인천의 소년들이 쏟아져 나오는 '○○정의 소년회관'이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의 '내리교회' 항목에서는 1923년에 내리교회에서 인천소년회를 조직했다는 내용이 있다. 소년회관의 위치는 서술되어 있지 않았다.

민족·계몽적 의도 다분한 소설
지역문학 차원서도 얻을게 많아

'동생을 찾으러'는 민족주의적이고 계몽적인 의도가 다분한 소설이다. 중국인 납치범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어른들은 무력하고 순사들은 비협조적이다. 창호는 처음에는 학교 선생님과 친구들의 도움을 받고, 마지막에는 인천 소년회의 힘으로 납치범을 잡는 데 성공한다. 1920년대에 어린이 운동을 시작한 방정환의 의도가 흥미로운 추적 장면들과 얽혀 전달된다.

오늘날의 독자에게는 단순한 소품으로 비칠 수 있다. 이야기 구연 방식으로 쓰여져 낯설기도 하다. 하지만 곳곳에서 강조되는 시간과 공간의 역사적 의미, 인물 구성의 의도를 따지며 읽으면 얻을 것이 많은 작품이다.

지역문학의 차원에서도 얻을 것이 많다. 1920년대 말~1930년대의 소년 운동은 동요회 등의 창작 모임으로 활발해졌고 1930년대 신문은 별도의 지면을 할애해 그 운동을 담았다. 지역의 소년 문학회 등도 지역문학 논의에 적극적으로 끌어들일 필요가 있다. 방정환의 '동생을 찾으러'는 소년 운동의 출발점에서 인천 소년회의 모습을 전하고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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