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강이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이하 작별)로 9일 프랑스 4대 문학상의 하나인 메디시스 외국문학상을 받았다. '작별'은 현기영의 '순이 삼촌', 김유철의 '레드 아일랜드' 등처럼 제주 4·3사건을 다룬 작품이다. 4·3은 1948년 4월 3일 발생한 비극적 사건으로 1947년 3월1일 경찰의 발포로 시작됐다. 발포 사건이 발발한 이듬해 4월 3일부터 1954년 9월 21일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력 충돌과 이 과정에서 제주도 주민들이 국가의 폭력에 희생당했다. 경찰과 서북청년회의 폭력, 남로당 제주도당 무장대의 봉기, 남로당과 토벌대의 무력 충돌의 불똥에 무고한 제주도민 3만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작별'에 앞서 한강은 5·18광주민중항쟁을 다룬 장편 '소년이 온다'를 발표한 바 있다. '소년이 온다'와 '작별'은 억눌리고 발화(發話)되지 못한 희생자들의 목소리들을 복원하고 이들의 상처를 감싸 안는 애도의 문학이라 할 수 있다. 애도의 다른 이름은 치유다. 그런데 애도 속에는 두 개의 단어가 더 숨어있다. 바로 분노와 고발이다. 애도의 한편에 위로와 치유가 있다면 다른 한편에 분노와 고발이 있는 것이다. 위로와 고발, 치유와 분노란 화학적 성분이 다른 이질적인 단어들은 사건의 한복판으로 서서히 다가서는 감성적 언어의 서사들로 조화를 이루며 봉합된다.
광주민주화운동에 관한 소설을 쓰고 악몽에 시달리는 경하는 사진작가이자 다큐멘터리 연출자인 친구 인선으로부터 자신의 앵무새 '아마'를 돌봐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인선은 4·3의 상처를 품고 치매에 시달리는 어머니를 모시고 살았는데, 목공 작업 중 사고로 손가락이 절단되어 봉합수술을 받고 입원 중에 있다. 폭설 속에서 4·3의 상처들과 조우하고 이 역사적 비극을 온몸으로 체감하는 경하를 통해서 한강은 인간을 위한 이야기와 언어의 조탁(彫琢)으로 문학정신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준다. 발자크는 문학 속의 정치란 "음악회 도중에 울리는 총소리" 같은 것이라 했는데, 이 감성적인 언어들과 서정적 서사 속의 4·3사건은 우리의 무관심과 무지를 각성시켜 주는 돌발적 총소리다. 문학의 본령에 충실한 한강의 도저한 글쓰기에 갈채를 보내며, 메디시스상 수상을 축하한다. 한강은 한국문학의 경사(慶事)다.
/조성면 객원논설위원·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