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자영업자 폐업률이 지난해보다 30% 급증하면서 국내 자영업 비중이 역대 최저치까지 떨어졌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9월 자영업자는 572만9천명으로, 전체 취업자 수(2천869만8천명)에서 19.96%를 차지하는 등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7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여서 '자영업천국'은 옛말이다.
자영업자 폐업률 지난해보다 30%나 급증
금리 인상·고유가·달러 강세·경기침체 탓
소상공인들의 체감경기도 별로다. 소상공인진흥공단이 집계하는 전국 소상공인 체감경기실사지수(BSI)는 지난 10월은 69.6으로, 전월 대비 0.9p 하락했는데, 11월의 전망BSI는 89.4로 전월대비 6.9p 떨어진 것이다. BSI는 기업가의 현재 경영 상황에 대한 판단과 향후 전망을 지수화한 것으로 기준치(100)를 밑돌면 경기를 부정적으로 판단하는 기업들이 많다는 의미이다.
올해 1∼8월 법인 파산 접수건수는 지난해 동기 대비 58.6% 증가한 1천34건이다. 소상공인들이 주로 신청하는 개인회생도 작년보다 41%나 급증했다. 올 들어 폐업을 결정한 기업과 자영업자는 2008년 금융위기나 코로나 팬데믹 때보다 많다. 작년 하반기부터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는데다 고유가와 달러 강세, 그리고 경기침체가 겹친 탓이다. 지난 2분기말 기준 자영업자들의 전체 금융기관 대출액은 1천14조2천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올해 2분기 기준 자영업자 연체율은 1.15%로 8년9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윤석열 정부는 첫 번째 국정과제를 소상공인 한계차주 돕기로 정하고 지난해 10월부터 30조원 규모의 새출발기금을 시행했다. 코로나19 방역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의 금융권 대출 상환기간 연장, 금리부담 경감, 원금 일부 탕감 등의 채무조정 프로그램이다. 또한 금융당국은 지난 3월부터 자영업자들의 고금리 대출을 7% 이하 저금리 은행대출로 대환해주는 '저금리 대환 프로그램'도 시행했다.
그러나 대부업권에서 대출을 받은 자영업자들은 새출발기금 혜택에서 제외되었다. 올해 상반기말 기준 대부업체에 등록된 채무불이행 자영업자의 채무액은 2천550억원으로 처음 집계가 시작된 2019년 말(983억원)보다 1.6배 급증했다. 올 상반기말 기준 전체 자영업 차주 335만명 중 금융채무 불이행자로 등록된 인원은 5만2천61명으로 전체의 1.55%이다. 반면에 대부업체에서 대출받은 자영업자는 1만5천613명인데 이중 90일 이상 이자를 못 갚은 한계차주 비중이 무려 23.7%이다. 이들은 정부의 채무조정 프로그램에 포함되지 않아 채무상황이 더 빠르게 악화된 것으로 해석된다.
대부업체 대출 상인 새출발기금 혜택 제외
도움 절실 대상자 국가야말로 '최후의 보루'
당초 금융위원회는 새출발기금 대상에 대부업 대출을 포함시키려 했지만 대부업체들이 거부했다. 대부업체들은 예금이나 적금 등 수신을 통한 자금조달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통상 저축은행이나 캐피탈회사에서 자금을 조달한다. 그런데 기준금리가 급격히 오르면서 대부업체들의 조달금리도 껑충 뛰었지만 법정 최고대출금리 20% 제한 때문에 대부업체들의 수익이 급격하게 쪼그라든 것이다. 최근 대부업권에서는 신규 대출을 중단한 곳들이 늘고 있다. "영업환경이 최악"이라는 대부업체들의 호소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새출발기금의 금융권 부실채권 매입가격이 매우 낮은 것은 설상가상이다. 은행이나 저축은행 등의 경우 새출발기금에 포함되는 차주가 일부이나 대부업권은 전체 차주의 60∼70%가 새출발기금 대상이다. 대부업이 새출발기금에 포함될 경우 대부업권 전체가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도 있는 것이다.
모든 대상자들에 고루 영향을 미치는 경제정책이란 없다. 그렇다고 가장 도움이 절실한 대상자들을 배제했어야 하나. 국가야말로 국민들이 믿고 의지할 최후의 보루이다. 정부도 외면한 3천700여 소상공인 한계차주들에게 올겨울은 유난히 더 추울 예정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국회시정연설에서 "서민금융 공급확대로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부담완화 강화"를 언급했는데 기대해도 될까?
/이한구 수원대 명예교수·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