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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KBO리그 한국시리즈에서 정규리그 1위 팀 LG 트윈스가 정상을 밟았다. 프로야구 한국시리즈는 가을 스포츠의 백미로 항상 주목을 받지만 특히 2023 시리즈는 두고두고 회자될 화제들로 풍성했다. LG가 6일 5차전에서 승리해 4승 1패로 시리즈를 압도했지만, 짜릿한 막판 역전으로 수놓은 1~3차전 명승부를 연출한 kt wiz 역시 당당한 주인공이었다.

LG에겐 1994년 통합 우승 이후 무려 29년 만의 한국시리즈 우승이다. 한국 프로스포츠 관중 1위 팀일 정도니 서울 홈팬들의 감격이 남다를 테다. 야구 사랑이 유난했던 고 구본무 전 LG그룹 회장은 우승에 목마른 나머지 1998년 한국시리즈 MVP 상품으로 고가의 롤렉스 시계를 구입했다. 금고 속에서 25년 동안 주인을 기다리던 시계는 오지환의 품에 안겼다. 성적이 부진하면 수시로 야구단을 매각했던 역대 기업들과 달리 LG는 인내심을 갖고 기다렸다. 롤렉스 시계는 인내의 LG를 상징한다.

한·미·일 프로야구에서 벌어진 평행이론도 화제다. 미국 월드시리즈에서는 1961년 창단한 텍사스 레인저스가 62년 만에 정상을 밟았다. 일본시리즈에서도 한신 타이거스가 1985년 이후 38년만에 우승 고지를 점령했다. 우승하는 법을 잊은 팀들이 나란히 우승을 차지하는 기연이 신기하다.

스포츠의 세계에서 징크스는 팀과 선수의 경기력에 큰 영향을 미친다. 한국 프로야구 약체팀엔 'DTD의 저주'라는 징크스가 있다. Down Team is Down(내려갈 팀은 내려간다)는 뜻인데 리그 초반 선두권을 치닫다가 결국엔 제 실력 찾아 하위권으로 처박히는 팀에 대한 조롱이다. LG도 대표적인 DTD팀으로 낙인찍혔다. 박병호 같은 슬러거가 LG에선 힘을 못쓰다, 이적팀에서 펄펄 날아 우승을 차지하는 '탈쥐' 징크스도 뼈아팠다. 텍사스나 한신도 비슷한 징크스에 시달렸을 테다.

영원한 징크스는 없다. 언젠가는 반드시 깨진다. 오랫동안 우승하지 못한 사실은 우승이 가깝다는 강력한 신호다. 리모델링 다음해에 우승한 SSG 랜더스나 창단 7시즌만에 우승한 kt wiz도 있지만 29년만에 우승해 더 기쁜 LG 트윈스도 있는 법이다. 내년 한국시리즈에서 경기수원의 kt wiz와 인천의 SSG 랜더스가 경인대첩을 벌일 수도 있다.

/윤인수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