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경부 규제 철회 속 '사실상 방치'
카페 31곳 참여 불구 남은 건 8개뿐
시범사업 종료되자 市 지원도 끊겨
"내달 성과 분석 방향 재검토 예정"
"다회용 컵이요? 아무도 안 쓰죠."
인천시의 '다회용 컵 공유서비스 시범사업'이 시행 1년여 만에 유명무실해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 7일 환경부가 일회용품 규제를 철회한 가운데, 인천시가 일회용품을 줄이기 위해 시작한 사업도 시범사업 종료 후 사실상 방치된 것으로 드러났다. 사업에 참여한 카페 대부분은 현재 다회용 컵을 고객들에게 제공하지 않고 있으며, 이용률이 저조해 다회용 컵 위탁업체가 컵 반납기를 수거한 경우도 있다.
인천시는 지난해 7월 청사 내부와 주변 카페를 '인천e음카페'로 선정해 '다회용 컵 공유 서비스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보증금 1천원을 내고 다회용 컵에 음료를 받은 뒤, 카페에 설치된 반납기에 컵을 넣으면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지난해 12월까지 6개월간 시범사업에 참여한 카페는 31곳이다. 인천시는 당시 1억4천만원을 들여 각 카페 매장에 반납기를 설치하고, 다회용 컵 세척과 공급 등을 지원했다.
1년이 채 지나지 않은 현재 e음카페에서 다회용 컵은 자취를 감췄다. e음카페 점주들은 반납이 번거롭고 보증금을 내야 하는 다회용 컵을 고객들이 잘 이용하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한 e음카페 점주는 인천시가 약속과 달리 반납기를 설치해 주지 않았다고도 했다. 시범사업이 종료된 후 인천시 지원도 아예 사라졌다.

e음카페를 운영하는 유은서(29)씨는 "사업 초기에는 인천시가 SNS 홍보 이벤트도 열고 컵 보증금 쿠폰도 나눠줘 다회용 컵을 찾는 손님이 제법 있었지만, 올해에는 1명도 없었다"며 "손님들이 사용이 번거로운 다회용 컵을 굳이 찾지 않는다. 남아있는 컵은 모두 창고에 넣어두었다"고 말했다.
다회용 컵을 편리하게 사용하려면 반납기가 많아야 하는데, e음카페에 설치된 반납기도 점차 사라지고 있다. 다회용 컵 위탁업체 '행복커넥트'는 이용률이 저조한 e음카페의 반납기를 수거했다. 현재는 인천시 청사 내부 반납기 5개를 포함해 총 8개만 남았다. 그나마 남은 반납기 일부는 점주가 전원을 꺼서 운영되지 않고 있다.
다른 e음카페 점주 박모(40)씨는 "다회용 컵을 사용하는 사람이 없는데 반납기가 공간만 차지하고 전기세도 들어서 전원을 껐다"며 "카페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다회용 컵을 쓰는 건 번거로운 일이지만 환경을 생각해 사업에 참여했었다. 인천시가 e음카페를 사실상 방치해 이젠 사업에 참여한 것을 후회한다"고 토로했다.
반납기를 정상 운영하는 인천시 청사 주변 카페 1곳도 반납기 수거를 업체에 요구할 예정이다.
인천시 자원순환과 관계자는 "환경부의 일회용품 규제 지침이 바뀌어 시민들의 다회용 컵 수요가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며 "내년도 예산안에 관련 사업비 4억2천만원을 편성했고, 오는 12월 성과를 분석해 사업의 방향을 재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선아기자 s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