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부정·부패·축재·비리 등
치졸한 생계형… 전직 대통령 행태
충성 인사들만 요직 앉히는 현직
차기 대통령, 자아성찰·겸손 갖춘
국민에 충성할 사람이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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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영 사단법인 인문공동체 책고집 이사장
여권의 한 인사가 문재인은 공산주의자라고 비판했다. 어불성설이다. 그 말은 문재인에 대한 모욕이 아니라 공산주의에 대한 모독이다. 문재인은 공산주의자가 아니라 자본주의의 장벽 안에서 열심히 자신의 이익을 도모해 온 '쁘띠'일 뿐이다. 그나저나 문재인 덕분에 대한민국은 새로운 대통령상(像) 하나를 얻게 됐다. 이른바 '생계형 대통령'이다.

존경할 만한 전직 대통령을 갖지 못한 대한민국 현대사의 불행은 현시점까지도 여전히 진행형이다. 초대 이승만 이래 부정과 부패에 연루되지 않은 대통령이 없다. 이승만과 박정희에 대해서는 새삼 거론하고 싶지도 않다. 전두환은 전 가족이 앞다퉈 부정을 저질러 축재했고, 그렇게 모은 재산은 철저하게 은닉하고 교묘하게 상속했다. 노태우는 유사 이래 가장 대범한 도적이었다. 사돈 기업을 밀어주는 방식으로 축재했고, 덕분에 사돈과 사위는 천문학적인 이득을 챙겼다. 김영삼과 김대중, 노무현은 측근들과 가족이 문제였다.

이쯤 비등하는 비판을 의식해서라도 멈출 법도 하건만, 애초 권력과 이권은 한 뱃속에서 잉태되었음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대통령과 그 주변의 부정과 비리는 끊이지 않았다. 이명박은 아예 본인이 부정과 비리를 총괄 지휘하였고, 잘난 그의 형 이상득이 가세해 쌍끌이 부정을 저질렀다. 아아, 박근혜와 최순실은.

촛불정권을 자임했던 문재인 정권은 정말이지 촛농처럼 서서히 녹아드는 교묘한 방법으로 생계형 대통령상을 구축해냈다. 여권의 엉뚱한 비판과는 별개로, 객관적으로 문재인을 두고 존경할 만한 전직이라 칭송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정책도 정책이려니와 대통령과 그 가족들의 행태는 옹색하고 치졸했다. 대형부정은 드러나지 않았을지언정, 철저하게 자신과 가족의 이익에 복무한다는 원칙을 고수했다.

부정 취업의 미망(迷妄)을 벗지 못한 아들은 실력 있는 예술가를 자처하며 정부와 지자체의 각종 공모전에서 따박따박 지원금을 따먹었다. 대통령실 경호원들은 대통령 딸 가족의 직장이 바뀔 때마다 함께 국내로 해외로 떠돌아야 했고, 마침내 딸과 그 가족은 청와대 관저에 눌러앉았다. 대통령 부인은 숱하게 해외여행을 다니며 각종 의상과 액세서리 등을 원 없이 협찬받거나 사들였다.

문재인의 생계 행보는 퇴임 후에도 여전하다. 키우던 반려견을 비용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내보내더니 난데없이 반려견들과 함께 찍은 사진을 모아 사진집을 낸다며 크라우드 펀딩으로 돈을 모은다. 크라우드 펀딩이란 게 뭔가. 가난한 예술가와 창작자들이 창작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돈을 모으는 방식이다. 퇴임 후 월 1천300만원 이상의 연금을 받는 전직 대통령과 그 가족이 할 일로 보이진 않는다. 재임 중 최저시급 상향을 주요 정책으로 추진하더니 퇴임 후 서점을 차리면서는 최저시급은커녕 아예 보수를 주지 않는 무보수 자원봉사자를 모집한다. 잊을 만하면 흘러나오는 문재인 관련 기사를 접할 때면 아연 기함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 여기엔 3명의 전직 대통령과 현 대통령이 함께 살고 있다. 뭐든 해봐서 잘 알기 때문에 참 잘도 해먹은 이명박과 전직을 향해 참 나쁜 대통령이라 일갈했던 진짜 참 나쁜 대통령 박근혜, 생계형이라는 새로운 대통령상을 구축한 문재인. 거기에 사람에겐 충성하지 않는다면서 정작 자신은 자질 불문 오로지 자신에게 충성하는 인사들만 요직에 앉히는 현직 대통령이 있다.

내년 4월 총선 이후 차기 대통령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될 것이다. 차기가 갖춰야 할 덕목에 대한 논의는 이미 뜨겁다. 제언컨대, 차기는 전직들을 반면교사로 삼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해봐서 안다는 시건방을 떨기보다 겸손함을 갖춘 사람, 남에게 참 나쁘다고 할 게 아니라 우선 자신부터 돌아볼 줄 아는 사람, 자기 가족의 생계보다 민생 전반을 챙길 줄 아는 사람, 무엇보다 자신에게 충성하는 사람만 챙기기보다 국민에게 충성할 사람.

/최준영 사단법인 인문공동체 책고집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