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수구 다문화 어린이 꿈의댄스1
인천 연수문화재단 '꿈의 댄스팀' 단원들이 지난 14일 오후 연수구 청학동 인천시티발레단 연습장에서 발레 '호두까기 인형' 음악에 맞춰 안무 연습을 하고 있다. 2023.11.14 /김용국기자yong@kyeongin.com

이주민 자녀 대다수 '꿈의 댄스팀'
18일 '호두까기 인형' 공연 연습
'다양성 도시' 연수, 춤으로 소통


국제도시 인천, 그중에서도 연수구는 다양성의 도시다. 유엔 녹색기후기금(GCF)을 비롯한 여러 국제기구가 모인 송도국제도시, 국내 최대 고려인 마을이 돼 가는 함박마을, 중동 등지에서 온 중고차 수출단지 무역상들이 많이 사는 옥련동 등 저마다 연수구에 둥지를 튼 목적도 출신도 각양각색이다.

섞이기 어려울 듯한 이들 이주민의 자녀들이 '춤'을 매개로 한데 어울리고, 하나의 공연을 완성해 지역 주민들 앞에서 무대에 오른다.

인천 연수문화재단은 오는 18일 오후 5시 연수구청 연수아트홀에서 '꿈의 댄스팀'의 발레 공연 '호두까기 인형'을 개최한다고 15일 밝혔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공연 창작·발표 프로젝트 공모 사업으로 올해 연수구 등 20개 지역이 선정돼 사업을 추진한다. 연수문화재단은 지역의 다양성을 살려 꿈의 댄스팀 단원 26명 가운데 19명을 다문화 아동·청소년으로 꾸렸다.

연수구 꿈의 댄스팀이 준비한 공연은 차이콥스키의 발레 '호두까기 인형'이다. 꿈의 댄스팀 단원으로 많이 참여한 함박마을 아이들에게 익숙한 음악과 춤이라고 한다. 단원들은 지난 6월부터 지금까지 매주 1~2차례씩 모여 구슬땀을 흘리며 연습했다.

춤이라고 하기엔 어색한 몸짓뿐이던 단원들은 우선 친구와 가족을 움직임으로 보여주는 것부터 시작했다. 점차 자신의 감정을 몸동작으로 표현하는 법을 익히고, 발레의 기본기를 배우고, 직접 안무를 꾸미면서 '호두까기 인형'을 만들어 갔다. 처음엔 서로 마주하고 손잡기가 부끄러웠던 단원들은 음악에 몸을 맡겨 하나가 된 듯 사뿐하게 춤사위를 이었다.

지난 14일 오후 단원들의 막바지 공연 준비가 한창인 청학동 인천시티발레단 연습장을 찾았다. 패트린(11·여), 프랭크(9), 브라이언(8), 글로리아(6·여) 4남매가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이들 남매의 아버지는 콩고민주공화국 출신 영어 강사이고, 어머니는 한국 사람이다.

주요 역할인 스페인 춤을 맡은 4남매의 맏이 패트린은 부채를 들고 진지하게 자세를 가다듬으면서도 천방지축 동생들을 살뜰히 챙겼다.

패트린은 "다른 단원들과도 친한 친구가 됐는데, 함박마을 친구와는 말이 잘 통하진 않지만 몸으로 장난치며 재밌게 논다"며 "꿈의 댄스팀에 참여하면서 춤을 추는 사람이 장래희망이 됐다"고 말했다.

막내 글로리아는 "공연 때 많은 박수를 받고 싶고, 내가 유명해질 수 있게 많은 사람이 사진을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려줬으면 좋겠다"고 천진하게 말했다.

'호두까기 인형'은 러시아 발레지만, 작품 속에선 스페인, 아라비아, 중국, 러시아, 프랑스 등 다양한 나라의 춤이 등장해 개성을 뽐낸다. 이들의 연습 장면을 보면서 연수구 꿈의 댄스팀에 꼭 어울리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연수문화재단 관계자는 "다양한 문화와 생활권의 주민들이 자리 잡은 연수구의 미래 세대들이 문화적으로 단절되지 않도록 춤을 통해 소통하고 연결되자는 취지"라며 "많은 지역 주민이 오는 18일 공연을 찾아 응원과 박수를 보내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