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율' 연작… 지난달 전시 마지막
고인은 1943년 대구 출생으로, 1970년대 한국 전위예술을 선도한 작가 그룹 '신체제' 일원으로서 실험적이고 파격적 작품 활동으로 주목받았다. 1980년대에는 인천에서 이종구 등과 '현대미술상황'을 결성해 지역 현대미술 운동을 확산시켰다. 동인천여자중학교 등에서 미술교사로 활동했고, 인천대 등의 교단에도 섰다. 1980년대 중반부터 '자연율' 연작을 발표해왔다.
고인은 지난 9월 1일부터 10월 13일까지 인천 선광미술관에서 '자연율의 세계'를 주제로 개인전을 개최하는 등 왕성하게 작품 활동을 해왔다. 인천에선 11년 만에 연 개인전이었는데, 고인의 마지막 개인전이 됐다.
2000년 이후부턴 점을 찍고 다시 지우는 '도팅(dotting) 그리고 이레이징(erasing)' 방식을 선보였다.
고인은 개인전 개최 당시 경인일보와 가진 인터뷰(9월 5일자 15면 보도)에서 "그림에 집착하고 욕심을 가지면 그런 그림은 너무 공격적으로 변해 버린다"며 "미술의 대안이 도대체 뭐냐는 문제를 항상 화두로 삼고 고민하고 이런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인은 최근까지도 인천 남동구 작업실을 오가며 다음 전시를 준비하고 있었다고 한다. 현대미술 작가로 활동하는 고인의 장남 강혁 씨는 "오로지 그림밖에 모르셨던 분이고, 더 활발하게 활동할 계획을 갖고 계셨다"며 "예술가로서 아버지의 작업을 정리하고 재조명하는 일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인과 오랜 기간 함께 활동했던 이종구 화백은 "고인은 1970~80년대 단색화와 미니멀회화의 최고봉이었지만, 아직 제대로 평가되지 않은 부분이 많다"며 "추후 반드시 한국 미술계에서 재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