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문제 3분의 1쯤 해결 기대
가당치 않지만 스웨덴 등 현실화
노동시간 못미치는 급여 일자리 많고
출퇴근 시간 길어 낮은 임금 이중고
X의 어느 유저가 올린 단상이 시발점이었다. "난 9시 출, 4시 퇴, 월급 300. 이게 기준이어야 한다 생각함." "이렇게 되면 현존하는 한국의 문제 대략 3분의1쯤 해결될 듯." 이 두 개의 포스팅도 꽤 널리 퍼졌지만, 이를 받아 X의 또 다른 유저가 올린 글은 훨씬 대박을 쳤다. "이러면 일단 20대, 30대 정신병 싹 낫고 갑자기 애 낳고 싶어질 걸." 이 짧은 포스팅이 X에서만 좋아요 2천800개, 공유 9천500개, 총 노출수 220만을 기록했다. 반응은 세 갈래로 나뉘었다. 저 정도론 안 되고 더 파격적이어야 한다는 의견, 안 될 거지만 말만이라도 어디냐는 장난 섞인 의견, 실현 여부는 차치하고 진지하게 효과가 상당할 거라는 의견들이 분출했다. 노동시간을 늘리려는 윤석열 정부의 꿈과 정면으로 부딪히는 바람들이다. 웃자고 한 얘기에 죽자고 달려드려는 건 아니지만, 임금 및 노동시간의 최고 선진국들에서 '9시 출근, 4시 퇴근, 급여 300만원'이라는 기준점은 현실화의 정도가 상당히 높다.
2023년 한국의 평균임금을 일자리행정통계 기준 360만원으로 추정했을 때, 300만원은 평균임금의 83.3%에 해당한다. 같은 기준으로 집계된 스웨덴의 급여를 19개 업종별로 분석하면, 2019년 기준 숙박·음식점업의 급여가 가장 낮아 전체 평균임금의 74.2%를 기록했다.
이 업종 내에서도 급여가 낮은 편인 주방보조원의 평균급여는 35~54세의 경우 노동자 평균임금의 70.3%이다. 산별단체협약서를 토대로 실근로시간을 추정하면, 주당 평균 34.2시간 근무 시 저 정도 급여를 받게 된다. 한국에서 스웨덴 주방보조원만큼 임금을 지급하려면 약 253만원이 필요하다. 한데, 작년 기준 경력 10년 이상인 주방보조원의 평균임금과 주당 노동시간은 250만원과 41.3시간으로 조사됐다(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 상용근로자 5인이상 사업체). 두 나라 주방보조원의 급여를 전체 평균임금에 대비하면 서로 엇비슷하지만, 한국의 노동시간이 하루 1시간 이상 더 길다. 스웨덴에서 두 번째로 급여가 적은 업종은 농림어업이고 전체 평균임금 대비 81.9%이다. 세 번째로 적은 사업시설관리·임대서비스업은 85.6%이고, 그 다음인 여가 관련 서비스업은 87%를 기록한다. 그 외의 15개 업종은 모두 90% 이상이다. 이는 여성임금을 따로 봐도 거의 같은 양상인데, 숙박·음식점업 72.8%, 농림어업 77.3%, 사업시설관리·임대서비스업 84.4%, 여가 관련 서비스업 84.7%를 제외한 나머지 모든 업종의 여성임금이 전체 평균임금의 89%를 상회한다.
한편 스웨덴의 단체협약상 전일제의 주당 노동시간은 대부분 38~39시간이며, 자율 출퇴근 문화에 따라 업무시간에 대한 노동자의 재량권이 크다. 25~54세의 스웨덴 남성과 여성의 주당 평균 실노동시간은 각각 32.5시간과 28.4시간으로, 시간제가 적은 남성의 경우에도 단체협약상 노동시간보다 한결 짧게 나타난다. 노동의 양보다 질을 중시하는 업무환경과 긴 휴가가 정착된 영향이라 할 수 있다.
한국이 스웨덴과 같은 임금 구조를 가졌다면, 노동시간이 훨씬 길기에 대다수 일자리의 급여가 월 300만원을 훌쩍 넘어야 한다. 하지만 올해 전반기 기준 월급 300만원 이상은 45%에 그친다. 주당 36시간 이상의 노동자가 70%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바, 노동시간에 한참 못 미치는 급여의 일자리가 너무 많은 것이다. 더구나 한국의 출퇴근 시간은 독보적으로 길기에 낮은 급여의 고충이 가중된다.
'9시 출근, 4시 퇴근, 급여 300만원'이 일자리의 기준점이 된다면 한국의 문제가 3분의1쯤 해결될 거란 기대는 한국의 현실에서 가당치도 않다. 하지만 앞선 나라들에선 저와 같은 노동여건이 근사치로 현실이 되어 있다. 우리 사회가 이 지경이 된 주원인은 바로 여기에 있을 것이다.
/장제우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