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고자, 샤워 뒤 차량이송 요청
"응급환자 놓칠수도" 취지 발언
勞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 시도"
비응급환자에게 구급대 이용을 자제해 달라고 한 구급대원이 인천소방본부로부터 경고 처분을 받았다.
소방대원들은 인천소방본부의 경고 처분이 부적절하다며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인천소방지부는 20일 인천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천소방본부는 구급대원에게 내린 경고 처분을 즉시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구급대원인 30대 A씨는 지난 8월7일 오전 7시께 119로 접수된 신고를 받고 현장으로 출동했다. 당시 신고자는 "몸이 좋지 않아 병원을 가야 하는데 암환자여서 오랫동안 씻지 못해 샤워해야 하니 30분 뒤에 구급차를 보내달라"고 했다.
현장에 도착한 A씨는 신고자가 보이지 않자 다시 연락했고, 신고자는 아직 씻고 있으니 조금만 더 기다려달라고 말한 후 6~7분 뒤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왔다.
그는 걸어 나오는 신고자에게 격앙된 태도로 "(지금처럼) 구급차를 기다리게 하면, 응급환자가 구급차를 이용할 수 없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신고자는 구급대원이 불친절하다며 민원을 제기했다. 소방당국은 감찰 조사 후 A씨에게 지난 8월28일 친절 의무 위반으로 경고 처분을 내렸다.

노조는 "인천소방본부는 예산을 들여 비응급환자의 구급대 사용을 자제할 것을 홍보하고 있지만, 뒤에선 구급대 사용 자제를 요청한 구급대원을 친절 의무 위반으로 경고 조치했다"며 "경고를 받은 구급대원은 민원인에게 시달리며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기도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민기 지부장은 기자회견 후 경인일보 인터뷰에서 "만성 질환 등 생명이 위급한 상황이 아니라면 구급대원이 응급 이송을 거부할 수 있다는 규정도 있지만, 현장에선 민원 때문에 거부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해 인천소방본부 관계자는 "응급 환자는 응급, 준응급, 잠재응급, 비응급 등 네 가지로 구분한다. 해당 신고자는 기저 질환이 있고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잠재응급 상황으로 판단하고 구급대를 배치했다"며 "경고 처분은 구급대원이 비응급환자에게 구급대 이용을 자제하라고 해서 내린 것이 아니라 민원인 응대 태도 때문에 내려진 조치"라고 해명했다.
/백효은기자 100@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