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교육청이 사회적 골칫거리로 급부상한 빈대 예방 공문을 관내 학교에 보낸 것을 두고, 보건교사들이 “빈대는 감염병 매개체가 아닌데도, 공문을 통해 감염병 예방 안내와 하나로 묶어 업무 혼란을 키우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20일 경기도교육청(이하 도교육청)과 관내 학교 등에 따르면, 지난 16일 ‘감염병 예방수칙 준수 및 빈대 확산 방지 방법 알림’이란 제목의 도교육청 공문이 관내 학교와 기숙사 운영 기관에 전송됐다. 숙박시설과 대중교통뿐 아니라 최근 인천의 한 중학교 교실에서까지 빈대가 출몰하는 등 ‘빈대 포비아’가 교문 안까지 확산하자 방제 차원에서 이 같은 공문을 내린 것이다.


도교육청의 공문을 접한 보건교사들은 즉각 반발하고 있다. 빈대는 유해 해충으로 감염병 감시 체계 대상이 아닌 데다, 해충방제는 시설관리의 업무인데 공문에 감염병 예방법과 함께 빈대 확산 방지 등의 조치를 한데 뒤섞어 마치 두 가지 업무 모두 보건교사의 업무인양 포장했다는 게 일선 보건교사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남양주에서 학교 보건교사로 일하는 A씨는 “빈대 등 해충을 없애는 ‘방제’ 작업은 보건교사의 일이 아니라 학교시설을 담당자들의 일인데, 건강관리 내용과 빈대 예방 방안을 담아 학교에서 이 공문을 근거로 업무를 뒤집어씌울지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A씨 등 보건교사들은 학교보건법 제15조 ‘보건교육과 학생건강관리를 담당한다’는 법령에 따라 도교육청에 공문을 철회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도교육청의 일방 공문 발송에 학교 시설 안전 등을 책임지는 행정실 직원들도 난처하기는 마찬가지다. 적은 인원으로 학교 예산, 계약, 민원 등의 업무 부담이 이어지는데, 난데없이 빈대 방제 업무까지 떠안게 될까봐서다. 학교 행정실에서 일하는 교육행정직들이 주로 속한 경기도교육청일반직공무원노조 관계자는 “도교육청이 힘들거나 위험한 업무를 학교에 넘기기만 하니까 문제가 내부에서 반복하는 것”이라며 “학교 인력으로 어려우면 외부 인력 등을 통해서라도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도교육청은 빈대가 사회적 문제로 커진 만큼, 사안의 시급성 차원에서 공문을 보낸 것이라면서도 학교 현장의 반발을 고려해 정책을 추진해나가겠다고 설명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인플루엔자(독감) 유행에 빈대까지 확산하다 보니 두 가지 업무를 모두 하는 부서에서 빠르게 정보를 전달해보려는 차원에서 공문을 보낸 것”이라며 “각 학교의 어려움을 인지하고 있고, (외부 방제 인력 투입 등은) 빈대 확산 상황에 따라 중앙부처와 연계해 검토해볼 수 있는 문제”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