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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 병사 6명이 백제군 진영 앞에서 거하게 경상도 욕설을 퍼붓는다. 농성 중인 백제군을 끌어내려는 도발이다. 욕설의 향연은 "눈깔의 먹물을 쪽 빨아삘라"로 절정에 이른다. 병사들이 욕설에 주눅들자 백제 장수가 보성 벌교 출신 병사 세명으로 응전하는데 욕설의 차원이 달라 지면에 옮기기 힘들다. ×로 도배질해야 한다. "똥물에 튀겨 죽일 ××넘들아"가 그나마 순한 맛이다. 결국 3명의 욕설에 신라군 6명이 본전은커녕 귀를 싸매고 물러난다.

관객들의 배꼽을 뺀 영화 '황산벌'의 욕배틀이다. 욕설과 막말은 패러디나 유머코드를 벗어나면 심각한 상황을 초래한다. 최근 민주당 사람들의 욕설과 막말 릴레이가 총선 정국을 자극 중이다. 송영길 전 대표가 한동훈 법무부장관에게 "어린 놈"이라 욕하면서 시작됐다. 한 장관이 '후지다' 반박하자 민형배 의원이 "어이없는 ××(이)네"라 재차 욕했다. 어떤 쌍욕을 넣어도 말이 되게 만든 ××의 여백에 증오가 가득하다.

민주당의 탄핵 공세를 반박한 한 장관에게 김용민 의원은 '금수'라 욕하더니, 급기야 민 의원의 광주 출판기념회에서 최강욱 전 의원이 윤석열 정부를 "암컷들이 나와서 설치고 이러는" 정권이라 비난했다. 민형배와 김용민은 웃음으로 가세했다. 겨냥한 정권의 여성들이 아니라 전국의 여성들이 울컥했다. '정치는 모르겠고 나는 잘 살고 싶어. 경제는 모르지만 돈은 많고 싶어'라는 현수막으로 청년들의 분노를 산 민주당은, '암컷'에 여성들이 등을 돌릴까 전전긍긍한다. "암컷을 비하하는 말씀이 아니"라는 최강욱의 면피용 발언은, 횡설수설이다.

민주당 강경파들이 윤 대통령과 현 정부에 대해 원한과 증오를 품은들 문제가 안 된다. 마음에 품은 원한이 정치적 여과 없이 막말과 욕설로 삐져나오니 문제다. "윤석열 밑에서 임기를 마치는 것이 수치였다"는 김은경 전 혁신위원장은 '여명 투표' 발언으로 노인회장에게 사진 따귀를 맞았다. 대통령이 미우니 대통령 지지층인 노인들의 투표권을 시비 걸었다 제 발등을 찍었다.

'황산벌'에서 신라군은 백제군의 '거시기'를 해독하지 못해 혼란에 빠진다. 대통령이, 정권이, 검찰이 밉다고 욕설 막말을 난사하면 진영 내에서만 알아듣고 환호하는 '거시기'에 불과하다. 거시기 문화에 갇히면 중도 대중과 소통이 끊어진다. 민주당이 제일 두려워해야 할 사태다.

/윤인수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