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모니플라워호
하모니플라워호. /(주)에이치해운 제공

의료진 등 발권 없이 여객선 탑승
옹진군, 국내 첫 도입 2년만에 차질
지금은 기기도 없어… "협의 추진"


인천 옹진군이 국내 최초로 섬 주민들의 의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한 '바다 위 구급차' 사업이 시행 2년여 만에 차질을 빚고 있다.

선사가 바뀌면서 시행 초기보다 후퇴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바다 위 구급차는 섬 주민 중 응급환자가 생겼을 때, 담당 의사나 간호사가 환자와 함께 탑승해 누울 수 있도록 설치된 지정석에서 이송 중 응급조치를 하는 사업이다.

여객선으로 응급환자를 이송할 때 의료진 등은 정원 외로 승선할 수 있지만, 정작 환자를 위한 좌석이 없어 여객들이 지나는 복도 공간 바닥 등에 눕힌 채 이송해야 했다. 여객이 많을 때는 이런 공간을 확보하기조차 쉽지 않았다.

이에 옹진군은 2020년 인천 연안여객터미널~백령도 항로를 운항하는 '하모니플라워'호에 환자가 누울 수 있는 전용 공간을 마련했다. 정부는 연안여객선에 응급환자 이송 공간을 확보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만들었다. 이 사업을 위해 옹진군, 백령병원, 국립중앙의료원, 해운조합, 선사 등은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의료원은 응급환자를 위한 의료 장비를 선박에 비치했으며, 선사는 응급환자 이송 시 환자가 발권 절차 없이 신속하게 무료로 선박에 탑승할 수 있게 했다.

이 사업은 2021년 행정안전부가 주관한 '중앙·지방·공공기관 정부혁신 100대 사례'에 선정되는 등 호응을 얻었다. 전남 신안군에서도 바다 위 구급차 사업을 도입했다.

하지만 시행 2년여 만인 지난해 11월 하모니플라워호가 이 항로를 운항하지 않게 되면서 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응급환자와 의료진은 사업 시행 전처럼 승선권을 구매해야 탑승할 수 있다.

같은 해 8월부터 인천~백령 항로를 운항한 코리아프라이드호에도 환자가 누울 수 있는 전용 좌석을 마련해 놓았을 뿐 하모니플라워호에 비치했던 심장 박동 수 모니터링 기기, 산소공급장치 등은 설치되지 않았다.

코리아프라이드호를 운영하는 고려고속훼리는 앞서 옹진군 등이 맺었던 MOU 체결 당사자가 아닌 데다, 의료기기 관리 등에 대한 선사, 백령병원, 국립중앙의료원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립중앙의료원 관계자는 "당시 MOU를 체결했던 선사가 빠지면서 응급환자 이송 체계가 원활히 운영되지 않는 측면이 있다"며 "특히 백령병원 의료진은 치료를 위한 목적임에도 발권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다시 기관 간 협력체계를 꾸릴 수 있도록 협의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옹진군 관계자는 "선사 측에 응급환자 전용석 마련에 따른 손실 비용 등을 지급하고 있다"며 "구체적 운영 상황 등은 선사와 의료진, 국립중앙의료원 간 협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정운기자 jw33@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