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옷을 사지 않기로 했습니다┃이소연 지음. 돌고래 펴냄. 326쪽. 1만7천원

책
"입을 옷이 없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옷장을 보며 투덜거렸다. SNS에서 보던 옷 중 괜찮았던 차림을 떠올리며 SPA 매장으로 향했다. 적당히 고르고 카드를 긁었다. 계절이 또 바뀌자 옷장을 보며 한숨 쉬고, 무한 반복하듯 새로 산 옷을 다시 채워넣었다. 옷장은 이미 포화상태.

입지 않는 옷을 추리자 거대한 '옷 무덤'이 만들어졌다. 친히 집까지 와준 헌 옷 수거 업체가 되레 손에 쥐여준 건 5천원짜리 한 장. 그제야 정신이 들었다. 옷을 '습관적'으로 소비하던 굴레에서 조금씩 벗어났다.

신간 '옷을 사지 않기로 했습니다'를 한 장 한 장 넘기며 습관적인 소비의 연유를 조금씩 이해하게 됐다. 소비자의 심리를 자극하는 패션업계의 경영전략은 '자본주의'라는 거대 담론까지 뻗었다. 하이엔드급 브랜드를 모방한 제품을 시즌별로 선보이는 패스트 패션 브랜드. '패션 민주화'로 칭송되며 화려하게 등장했지만 부작용은 어마어마했다. 끝없는 소비, 수천억 톤의 옷 쓰레기, 섬유폐기물을 고스란히 떠안는 개발도상국….

책은 저자의 경험에서 비롯한 사례를 토대로 패션업계 안팎의 현실을 고발한다. 패션업계 종사자를 인터뷰하고, 여러 보고서 등을 분석한 자료를 통해 패션 플랫폼이 어떻게 이런 극단적인 생산과 유통 방식을 끝없이 굴리고 있는지 설명한다.

저자가 내린 결론은 간단하다. '제로웨이스트 의생활', 새 옷을 사지 않고 대체재를 찾는 것이다. "새 옷을 사지 말자는 것은 멋을 내지 말자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다. … 우린 분명 우리에게 맞는 옷을 더 잘 입어야 한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