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폭을 2번 겪고도 장수한 日 츠토무
행운 주인공이자 지독한 불운아기도
K팝·드라마 등 측면 행운아 K국민
낙관적 자세로 보면 세상 내편으로

그런 사람이 실재했다. '로이 클리블랜드 설리번'은 7번이나 번개를 맞고도 생존한 사내로 기네스북에 올라있다. 설리번은 1936년 미국 셰넌도어 국립공원에서 산림감시원을 시작한 이래 1942년부터 1977년까지 무려 7번이나 번개를 맞았지만 무사했다. 종종 상상과 확률을 뛰어넘는 게 현실이다.
유사 이래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원자폭탄이 떨어진 곳은?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다. 미국은 2차 세계대전을 끝내고자 물리학자 오펜하이머를 맨해튼 계획의 최고책임자로 임명해 원폭을 개발, 1945년 두 지역에 투하한다. 이때 믿기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 '야마구치 츠토무(山口彊)'라는 한 사내의 스토리다. 나가사키 출신의 츠토무는 중학교 졸업 후 '나가사키미쓰비시조선'에 입사한다. 1945년 5월부터 8월7일까지 일정으로 히로시마의 조선소에 출장을 떠난다. 출장 종료 하루 전인 8월6일 히로시마에 원폭(리틀보이)이 떨어지면서 수많은 생명과 도시가 증발한다. 츠토무는 투하 지점에서 약 3㎞ 벗어난 출근길에 피폭된다. 그는 왼쪽 고막이 파열되고 왼쪽 상반신에 큰 화상을 입는다. 이튿날 츠토무는 구호열차를 타고 황급히 집과 직장이 있는 나가사키로 돌아왔다. 8월9일 미국은 나가사키에 두 번째 원폭(팻맨)을 투하하는데, 그는 조선소 사무실에서 다시 피폭된다. 이때도 살아남았다. 종전 후 조선소에서 해고된 츠토무는 나가사키에 주둔 중인 미 해병대 통역 일을 맡는다. 이후 중학교 영어 교사로 7년간 재임하다 조선소에 복직해 정년까지 유조선 설계를 했다. 2010년 위암으로 나가사키에서 삶을 마감하는데 향년 93세였다. 실로 기괴한 운명의 소유자다. 사상 최초로 투하된 파멸의 비를 근거리에서 2번이나 마주하고도 기적같이 살아남았고 장수까지 했으니 분명 행운의 주인공이다. 반면 평범한 회사원이 출장지에서 1번, 직장에 복귀해서 또 1번이란 엄청난 파괴력의 원폭에 노출됐다는 점에선 지독히 불운한 주인공이다. 영국 BBC는 자사 퀴즈 프로그램(QI)에서 츠토무의 사례를 거론하며 "관점에 따라선 가장 불운아이기도, 가장 행운아이기도 하다"고 했다.
묻는다. 설리번과 츠토무는 불운아인가, 행운아인가? 펜실베이니아 블룸스버그대의 철학과 교수 스티븐 D. 헤일스는 운에 대한 관점을 결정짓는 건 개인 성격이란다. 츠토무의 사례를 두고서 낙관적인 사람은 행운아로 판단할 가능성이 높고, 비관적인 사람은 불운아로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생전 츠토무는 삶을 낙관적으로 본다고 말해 최고의 행운아임을 자인했다. 마음의 문을 활짝 열지 않으면 행운은 안으로 들어올 수 없다. 낙관적 자세로 세상을 바라보고, 타인을 포용하는 열린 마음이 행운을 내편으로 만든다.
K국은 어떨까? 국가란 렌즈를 통해 보면, 경제·사회·문화 등의 측면에서 행운아는 단연 K국민이다. K팝·드라마·푸드는 세계 곳곳에 K콘텐츠를 심고 있다. K산업(자동차·반도체·조선·방산)도 진격중이다. 수년째 지구촌 최고의 직장으로 뽑힌 S전자도 K기업이다. (K저출산은 불운의 전조다) 야외 감옥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인이나 내전 중인 시리아의 쿠르드족, 인도 카스트제도의 최하위층 찬달라(불가촉천민)로 태어났다면, 단언컨대 그대는 지금의 K그대가 아닐 터. 기실 행운아가 아닌가!
/김광희 협성대학교 경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