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국을 강타한 '암컷'의 여진이 식을 기미가 없다. 최강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통령 부인을 겨냥해 "설치는 암컷"이라 발언한 날이 19일이다. 기이하다. 민주당 여성의원들이 지금껏 침묵한다. 덕분에 정의당 류호정 의원의 일갈이 더욱 선명하다. "진짜 인간이 되기는 틀렸다."
민주당 여성의원들은 22일 당 지도부가 최 전 의원에게 6개월 당원권 정지라는 비상징계를 결정하고 나서야 당 전국여성위원회 명의로 비판 성명을 발표했다. "최 전 의원의 비판이 누구를 향하건 간에, 여성 혐오와 여성 비하가 내포된 발언"이라며 '유감'이라고 했다.
민주당 여성 의원들의 면면을 보자. 진보 여성단체와 전대협, 한총련에서 민주화 운동을 벌인 투사들이 즐비하다. 군사정권 경찰의 성고문 피해자도 있다. 여성의 문화적, 사회적, 제도적 지위 향상에 앞장선 전위라 자처한다. 누구를 향했든 '암컷'이란 멸칭에 진저리를 쳐야 마땅할 이력의 소유자들이다.
징조가 있었던 침묵이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를 남인순 의원이 피해호소인으로 격하했다. 진영을 초월해 한국의 대표적인 여성인권운동가로 알려진 사람이 피해자를 호소인으로 명명했다. 그의 선창에 따라 민주당 남녀 의원들이 일제히 피해호소인을 합창했다. 올해 박원순의 가해를 부정하는 다큐멘터리가 개봉될 때도 민주당 여성의원들은 침묵했다.
2021년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 캠프에서 남인순, 고민정, 진선미 의원이 한날 한시에 사퇴한 적이 있다. 가해자 사망으로 치러지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 캠프에 피해호소인 작명자들이 포함되자 여론이 악화됐다. 박원순에 대한 동지애도 성난 민심 앞에 무력했다.
지난 대선에서 20대 남성 58%는 윤석열을, 20대 여성 58%는 이재명을 찍었다. 성폭력 사건으로 범벅된 민주당을 향한 '이대녀'의 지지는 최대의 반전이었다. 국민의힘이 이대녀는 다 잡은 표로 보고 여성가족부 폐지·성폭력 무고죄 신설 공약으로 '이대남'에게 집중한 탓이지, 이대녀가 민주당을 예뻐한 결과가 아니었다.
민주당 여성의원들의 침묵의 배경을 짐작한다. 최강욱식 표현을 빌리자면 공천을 앞둔 지금은 '조신한 암컷' 모드를 유지할 때일지 모른다. 이대녀들의 표심이 궁금하다.
/윤인수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