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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총선 정국의 키워드로 주목받고 있다. 국민의힘은 한동훈 총선 사용법을 놓고 설왕설래가 한창이고, 더불어민주당은 그의 총선 영향력을 말로는 평가절하하면서도 내심 제2의 윤석열 사태를 우려하고 있다. 여야 모두 한 장관 출마를 기정사실로 여기고 총선전략을 수립하는 형국이다.

실제로 한 장관의 전국 순회 행보는 지난 9월까지 법무장관 임무에 전념하겠다며 총선과 거리를 뒀던 태도와는 딴판이다. 지난 17일 방문한 대구에선 열차 표를 취소한 채 3시간 동안 시민들과 즉석 사인회를 가졌다. 대전을 한국 과학의 중심으로 치켜세웠고, 박정희와 정주영을 소환해 울산을 산업화의 모태로 칭송했다. 명백한 정치 행보와 발언들이다.

한 장관의 총선 행보에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행보가 어른거린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윤석열을 '권력 눈치 보지말라'며 검찰총장에 임명했다. 윤석열은 그대로 했다. 조국과 송철호 등 대통령이 아끼는 보석들을 수사했다. 집권여당과 정부가 집단 린치에 가까운 정치적 박해를 가했다. 마땅한 대선주자가 없던 국민의힘에 무혈입성한 그는 대통령이 됐다.

대통령의 오른팔 한동훈을 키운 건 9할이 민주당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김남국, 김의겸, 최강욱, 장경태, 김용민 등 처럼회가 앞장서고 민주당이 통째로 한동훈 기죽이기에 올인했다. 결과는 연전연패다. 청담동 사건 처럼 거짓과 상상과 추측뿐인 시비들을 팩트와 논리로 박살내는 한동훈에게 여론이 집중했고, 중도의 상식이 팬덤을 만들어간다. 윤석열 대통령에 이어 한동훈 현상은 전통적인 이념 정당들의 타락의 결과다. 민주당은 팬덤 정치에 갇혀 이성과 상식을 잃었다. 도덕률을 팬덤에 내재화하다 보니 대중과 세상과 멀어졌다. 최강욱의 '암컷'은 대중과 세상과 단절된 민주당의 오늘을 상징한다. 국민의힘은 지역구 이기심으로 파편화됐다. 가치나 이념 보다 선거구가 전부인 사람들 때문에 경상도에 갇혀 윤석열, 한동훈에 목매는 불임 정당이 됐다.

한동훈 신드롬은 타락한 보수, 진보 정당의 붕괴를 시사한다. 유효기간이 지났는데도 자리를 지키려는 86세대의 악다구니가 만들어낸 과도적 현상이자, 정치권 세대교체를 알리는 타종일 수도 있다. 정당들이 정상이라면 한동훈 현상은 불가능하다.

/윤인수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