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내년 1월10일까지만 허용
후원 한도 없어 "많게는 수억 남아"
지지발언 입 조심·경쟁자들 염탐
지인 많은 서울 먼저 개최하기도
내년 4·10 총선이 130여 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인천 곳곳에서 국회의원 배지를 노리는 정치인들의 출판기념회가 이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자신의 경력과 정치 철학을 알리기 위해 여는 출판기념회는 사실상 출마를 선언하는 홍보의 장이자 선거자금을 벌 수 있는 '비공식 선거운동'으로 이용된다.
26일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내년 총선 후보자가 되려는 자는 선거일 90일 전부터 출판기념회를 열 수 없다. 즉 내년 1월10일까지만 출판기념회가 허용된다. 시기상 11~12월에 출판기념회가 몰린다.
출판기념회 수익금은 정치 후원금이 아닌 경조사비로 분류된다. 책 판매를 통한 모금 한도액은 없으며, 별도의 명세서를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 단 책을 무상으로 주거나, 축사에서 지지 발언이 나오면 안 된다.
최근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인천 한 기초단체장은 지갑에서 5만원권 지폐 몇 장을 꺼내 책값으로 지불했다. 그는 축사에서 "선거법상 선거 승리를 기원하면 안 되고 억지로 띄워도 안 된다. 근데 이거 빼면 할 말이 뭐 있느냐"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정치인이 직접 책을 쓰는 경우도 있고 돈을 주고 대필을 맡기기도 한다. 출판기념회에 초대된 이들은 보통 5만~15만원을 내고 책 1~2권을 받아가는데, 해당 정치인과 친분 관계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출판기념회에 몰리는 인파와 축사를 하는 인물의 인지도에 따라 해당 정치인의 지지세와 인맥을 파악할 수 있다. 같은 선거구에 출마하려는 경쟁 정치인 쪽에서 염탐을 보내기도 한다. 출판기념회는 자신의 얼굴을 알리는 동시에 지지세를 결집하고 선거에 대비한 돈까지 마련할 수 있는 최고의 행사인 셈이다.
인천에서도 출판기념회가 잇따라 열리고 있다. 이달 들어 김종인 전 시의원(24일), 장석현 전 남동구청장(23일), 조용균 전 인천시 정무수석(17일), 정승연 국민의힘 연수구갑 당협위원장(1일) 등이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내달 1일 아나운서 출신 손범규 전 인천시 홍보특보가, 20일에는 이행숙 전 인천시 정무부시장이 각각 출판기념회를 열 예정이다.
현역 국회의원도 예외는 없다. 정일영(민·연수구을) 의원은 지난 25일 '북콘서트'라는 이름으로 출판기념회를 했다. 이동주(민·비례) 의원은 부평구을 출마를 대비해 오는 29일 국회에서 출판기념회를 연다.
출판기념회와 북콘서트를 따로 여는 경우도 있다. 연수구을 출마 의사를 밝힌 김기흥 전 대통령실 부대변인은 28일 서울 신촌에서 출판기념회를 열고 내달 10일엔 송도국제도시에서 북콘서트를 진행한다. 인천에서 활동이 없었던 탓에 상대적으로 지인이 많은 서울에서 먼저 행사를 개최하는 것으로 보인다.
인천 정치권 한 관계자는 "출판기념회를 열면 대관료와 책값 등 원가를 제외하고도 최소 1천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의 돈이 남는다"며 "행사를 여는 장소가 서울이라는 얘기는 그곳에서 돈이 더 많이 들어오고 자신의 공천과 관련된 인물도 서울에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조경욱기자 imja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