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침해 당했을때 찾는 국가인권위
몫이 없는 사람들 기댈 최후의 보루
공식적인 자리에서 반인권적 발언등
일부 위원들, 자격 부합하는지 의심
제역할 할 수 있도록 우리가 살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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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은정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
인권 활동을 하며 많은 사람을 만나고 상담한다. "이거 인권 침해 아니에요?"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해 의견을 구하거나 "인권 침해를 당했어요"라며 억울함을 호소한다. 그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억울한 이야기를 하는 것만으로, 누군가 곁에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 큰 힘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인권 침해를 경험했을 때 제일 필요한 것은 안전하게 말하고 기댈 수 있는 곳이다. 우리 사회에서는 국가인권위원회가 바로 그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최근 인권위 일부 위원들로 인해 그 역할이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다.

국가인권위원회법은 '인권의 보장과 향상을 위해 업무를 공정하고 독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사람'으로 위원의 자격을 규정하고 있다. 인권 침해 사건을 구제하고 사회의 인권을 향상 키기 위한 중요한 자리이기에 자격에 무게감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충상(2022년 10월), 김용원(2023년 2월) 상임위원이 임명된 후 일어난 일련의 사건을 보면 과연 그 자격에 부합하는지 의심스럽다. 이충상 위원은 공식적인 회의 자리에서 반인권적인 발언을 반복하고 있다. 성소수자에 대한 왜곡된 인식에서 기인한 막말, 이태원 참사 희생자를 모욕하고, 노동자들의 단체행동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그대로 담긴 말들이다. 일명 노란 봉투법으로 불리는 노조법 2, 3조 개정에 대한 의견 표명을 논의하는 상임위 자리에서는 "이 법이 통과되면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겠다"는 등 인권위의 독립성을 흔드는 발언도 계속되고 있다. 이충상 위원의 말로 인해 인권을 더욱 보호받아야 할 사람들이 오히려 권리를 부정당하고, 국가인권기구의 독립성마저 위기에 놓여있다. 김용원 위원은 직무유기로 공수처에 고발되기도 했다. 지난 8월 이후 3개월이 넘도록 소위원회를 개최하지 않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소위원회에서 논의되어야 할 200여 건의 인권침해 사건이 처리되지 못하고 있다. 그 외에도 인권위 15층 복도에 들어와 인권위원장 면담을 요구했던 군 사망자 유가족들을 특수감금 혐의로 수사 의뢰하고, 소위원회 3인 구성 중 1명만 반대해도 안건을 기각시킬 수 있도록 하는 운영규정 개정을 시도하기도 했다. 소위원회 의견이 일치하지 않으면 전원위로 넘겨 처리하는, 최대한의 인권보장을 위한 기본 원칙마저 왜곡하고 있다.

인권을 보장, 증진, 실현하는 것은 국가의 의무이자 책임이다. 이는 어떠한 것에도 흔들려서는 안 되는 중요하고 기본적인 가치이다. '모든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보호하고 그 수준을 향상시킴으로써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실현하고 민주적 기본질서 확립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바로 국가인권위법에 명시되어 있는 인권위 설립목적이기도 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정권의 변화에 따라 '인권'도 인권위의 위상과 존재도 흔들리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지난 이명박, 박근혜 정권시기 인권위가 정권에 비판적 권고를 하지 못하도록 방해하거나 인권의 가치에 반하는 권고와 결정의 반복으로 인해 사회적 신뢰를 잃었던 과정을 기억한다. 국가인권기구가 제 역할을 못하는 동안 소수자에 대한 배제와 차별은 더욱 심각해졌고 사회 전반적 인권이 후퇴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무너진 인권위의 위상을 다시 세우고 변화하기 위한 꾸준한 노력이 계속되었다. 그러나 다시, 인권 없는 인권위 위원들 때문에 또 다시 인권위의 존재가 위기에 처해 있다. 국가의 가장 기본이 되어야 할 인권, 그것을 대변하는 인권기구가 언제까지 이렇게 흔들려야 하겠는가. 국가인권기구는 몫이 없는 사람들이 기댈 최후의 보루이다. 또한 사회 곳곳 정부가 보지 못하는 인권의 문제를 살펴야 하는 곳이다. 모두의 인권, 바로 나의 인권을 위한 곳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인권위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흔들리는 인권위가 제자리를 찾아가기 위해서는 많은 시민들의 관심이 필요하다. 부디 인권위가 국가 인권 기구로서의 역할을 잘 할 수 있도록 모두가 눈여겨 살펴주길 바란다.

/안은정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