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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성 지역사회부(김포) 차장
1976년 봄 용인에 동물원과 사파리, 식물원 등을 갖춘 자연농원이 개장했다. '한국판 디즈니랜드'로 불린 자연농원은 한동안 국내 유일의 테마파크로 입지를 다지며 어린이들을 설레게 했다. 1988년에는 과천에 서울랜드가 등장했다. 자연농원의 20% 정도에 불과한 작은 면적에도 서울랜드는 테마를 세분화하고 놀이콘텐츠를 집중 배치해 자연농원의 아성을 위협했다. 하지만 둘의 경쟁구도는 오래가지 않았다. 1989년 여름, 접근성이 뛰어난 잠실 롯데월드 어드벤처가 개장하면서다.

롯데월드는 무엇보다 시설 대부분이 실내에 있어 연중 날씨 영향 없이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이 같은 특징으로 당시 롯데월드는 일 년 내내 늦은 밤까지 야간개장을 할 수 있었고, 세계 최고를 다투는 실내테마파크로 탄탄히 자리매김했다.

해방 후 미 군정부터 이승만 정권과 박정희 정권, 거슬러 올라가면 조선시대부터 야간 통행금지의 역사가 유구한 한국인들 본능에 '야간 나들이'는 특별하게 다가오는 듯하다. 요즘은 경복궁과 덕수궁, 독립기념관 등에서도 야간개장으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인파가 몰리는 관광시설일지라도 무조건 야간개장을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김포 애기봉평화생태공원과 같은 안보관광시설이 그렇다.

 

애기봉은 과거 성탄 트리 점등과 확성기 이념방송 등 분단을 상징하는 장소였다. 공원으로 탈바꿈하긴 했어도, 여전히 출입하려면 예약 후 신분확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런 애기봉평화생태공원이 군 당국과 협의 끝에 지난 10월28일부터 야간개장을 시작했다. 해넘이와 문화공연, 흔들다리 야경을 경험한 방문객들의 호응이 뜨겁다.


김포시는 최근 애기봉 야간개장 말고도 아라뱃길 경인항의 모호한 명칭 변경도 추진 중이다. 이 모든 게 '군사 접경도시', '인천 끝자락에 있는 도시', '강화 가는 길목' 등 외부에 어정쩡하게 알려진 도시 정체성을 바로잡기 위함이다. 야간개장이든 명칭 변경이든 여러모로 바람직한 시도다.

/김우성 지역사회부(김포) 차장 wskim@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