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청(靑靑) 섬 보고, 느끼고, 전하다' 기획 김기룡 인천섬유산연구소 이사장


도든아트하우스서 지질화석 탁본·사진 작품
주민 공동작업… "세계지질공원 등재 준비"

김기룡 인천섬유산연구소 이사장
인천 중구 도든아트하우스에서 열린 '청청섬 보고, 느끼고, 전하다' 전시에서 만난 김기룡 인천섬유산연구소 이사장. 오른쪽 작품은 인천 옹진군 대청도 미아동 해안의 약 10억7천만년 전 생성된 연흔바위 탁본.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지난 22일 찾은 인천 중구 개항장 거리의 도든아트하우스 1층 전시장에는 고목의 껍질 문양 혹은 굴 껍데기를 모아 놓은듯한 흑백의 추상화가 걸려 있었다. 먹으로 기암괴석을 표현한 산수화 같기도 했다.

사단법인 인천섬유산연구소와 도든아트하우스가 공동으로 기획한 '청청(靑靑) 섬 보고, 느끼고, 전하다' 전시에서 선보인 이 작품은 사람이 아닌 자연이 그렸다고 해야 한다.

이 그림의 정체는 약 9억여년 전 생성돼 남한에서 가장 오래된 생명의 흔적인 인천 옹진군 소청도의 약 9억년 전 스트로마톨라이트(Stromatolite·천연기념물 508호) '탁본'이다. 스트로마톨라이트는 남조류가 광합성을 위해 진흙을 뚫고 올라와 조개껍질 모양으로 분출된 모양으로 굳어진 화석이다.

인천섬유산연구소 전시
인천 중구 도든아트하우스에서 열린 '청청섬 보고, 느끼고, 전하다' 전시장 모습. 주민들이 촬영한 사진 작품과 지질 화석 탁본이 전시돼 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이날 만난 전시 기획자 김기룡 인천섬유산연구소 이사장은 지질 화석 탁본을 뜬 작업은 국내에서 유일무이하다고 했다. 탁본은 섬 주민들, 인천섬유산연구소 회원들, 작가가 공동으로 제작했다.

"먼저 비교적 평평한 암석 표면에 한지를 여러 겹 올리고 물을 뿌려 밀착시킵니다. 천에 좁쌀을 넣어 만든 부드러운 방망이에 연한 먹을 찍어 한지를 다지듯 두드려 울퉁불퉁하게 명암을 표현하죠. 시간이 지나 바짝 마른 한지를 들어 올리면 이번에 전시한 추상화 같은 작품이 완성되는 거죠."

대청도 미아동 해안에 약 10억7천만년 전 생성된 연흔(물결무늬) 바위도 이 같은 방식으로 섬 주민, 연구소 회원, 작가가 함께 탁본을 떴다. 전시장에 현재 물이 빠진 해안의 물결무늬 지형 사진을 함께 전시해 10억7천년 전 흔적과 비교할 수도 있다. 주민들은 조그마한 액자에 자신만의 지질 화석 탁본을 제작해 전시하기도 했다.

"서해 5도 백령도, 대청도, 소청도는 2019년 국가지질공원으로 지정됐는데, 백령도보다 방문객이 적은 대청도와 소청도의 지질 화석을 소개하자는 취지로 탁본 아이디어를 떠올렸습니다. 자연이 그린 작품이죠. 이번 작업에 참여한 대청도와 소청도 주민들은 지난 6월부터 본인이 살고 있는 섬의 지질 화석에 대해 교육받고, 탁본을 제작하고, 또 전문가에게 사진 촬영법을 배워 사진 작품도 남겼습니다. 보고, 작품 제작으로 느끼고, 전시로 전하는 활동이 마무리됐습니다."

인천섬유산연구소 출품사진
김기룡 作, 인천 옹진군 백령도 두무진 형제바위 일몰 사진. /인천섬유산연구소 제공

이번 전시에는 대청도 농여해안에 있는 지질 화석 '나이테바위'에 눈이 쌓인 사진도 있다. 주민이 직접 찍은 작품이다. 서해 5도는 눈이 내리는 등 기상이 좋지 않으면 여객선이 결항하는 경우가 많다. '육지 사람'이 눈이 수북이 쌓인 나이테바위를 촬영하기 쉽지 않다. 섬 주민만 찍을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를 계기로 백령도뿐 아니라 대청도와 소청도의 희귀하고도 유려한 지질 경관에도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백령도·대청도·소청도는 세계지질공원 등재를 준비 중이기도 합니다. 앞으로도 다양한 방식으로 백령·대청·소청 국가지질공원을 알리려 합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서권수, 유사랑, 최명자, 이창구, 윤필영 등 전문 작가들이 백령도, 대청도, 소청도를 그린 다양한 작품도 볼 수 있다. 전시는 오는 30일까지 이어진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