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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내년도 외국인 근로자 입국 쿼터를 16만5천명으로 확정했다고 한다. 지난해보다 37.5% 증가한 규모인데 2021년 5만2천명에 비하면 3배나 늘어난 숫자다. 비전문 취업(E-9) 비자로 입국한 이들은 제조업, 농축산업, 서비스업, 어업, 건설업 등의 인력난을 메우는 소중한 존재다. 이들이 없으면 공장 굴뚝이 식고, 아파트를 못 짓고, 시설 영농과 어업이 멈춘다.

대한민국이 최빈국이던 시절 국민들도 먹고 살기 위해서라면 타국에서 품팔기를 마다하지 않았다. 1960년대 독일에서는 광부와 간호사로 모진 노동을 도맡았다. 얼마나 서러웠으면 박정희 대통령을 보고 울음을 터트렸을까. 70년대에는 중동특수를 타고 수 많은 건설노동자들이 열사의 사막에서 소금 땀을 흘렸다. 이들이 송금한 돈을 노린 제비족이 번성했을 정도로 중동에서 벌어들인 외화규모는 대단했다.

이런 기억을 소환하면 가난한 조국 탓에 머나먼 대한민국에 품 팔러 온 외국인 이주노동자들에게 동병상련을 품을 만도 하다. 하지만 현실에선 외국인노동자를 착취하는 현장이 곳곳에 널려있다. 2020년 12월 포천의 한 비닐하우스에서 캄보디아 출신 이주노동자 속헹이 숨진 채 발견됐다. 조국의 따뜻한 날씨에 비하면 대한민국 포천의 겨울 비닐하우스는 냉동실이었을 테다.

3년이 지난 지금 어떤지 보려 경인일보 취재진이 경기도 농촌지역을 둘러봤다. 하우스 영농에 종사하는 네팔, 캄보디아 노동자들이 올해도 비닐하우스와 농막 등 불법 가설건축물에서 한파를 두려워하고 있단다. 난방은 전기장판 하나가 대부분이란다. 이것도 숙소라고 먹거리와 함께 농장주가 45만원을 월급에서 공제한 농장도 있다니, 낯이 뜨겁다.

지금 7080세대는 독일 광부나 간호사, 중동 근로자들이 벌어들인 달러로 공부한 세대다. 이주노동자를 보면 아버지, 엄마, 형, 누나, 삼촌을 떠올려야 한다. 내년부터는 음식점과 광업, 임업도 외국인 근로자 고용이 가능해졌다. 우리가 외면한 일자리인데 이들이 없으면 대한민국 산업이 멈춘다. 귀한 만큼 귀하게 대접해야 마땅하다.

인구 절벽의 시대에 이주 노동자가 아니라 이민 노동자들을 모셔야 할 대한민국이다. 겨울 공포라니 무슨 말인가. 관계당국이 이주 노동자의 겨울을 따뜻하게 돌봐야 한다. 이들이 코리안 드림을 실현해야 한국은 꿈 같은 나라가 된다.

/윤인수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