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자들에겐 의미·가치 큰 조직
市 책무위해 활성화 하는게 혁신
다양한 자원 발굴·연구 필요할때
역사문화도시 품격 깎여져선 안돼
인천문화재단은 예술인에 대한 지원과 복지, 시민들의 문화 활동 지원과 문화예술 교육, 전시 등 인천의 문화예술 진흥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하는 기관이다. 인천문화유산센터는 그 재단 내 조직으로서 순수한 문화예술 분야 외에 역사와 문화유산 관련 사업을 수행하는 기구이다.
인천문화유산센터는 본래 2013년 인천시 출연기관으로 출범한 강화고려역사재단이었는데, 2017년 인천문화재단에 흡수 통합되어 본래의 기능이 축소된 인천역사문화센터라는 조직으로 되었다가 다시 명칭 변경을 거쳐 현재에 이르고 있다.
센터는 인천의 역사와 문화유산의 가치를 발굴하고, 시민의 이해를 증진하는 데에 꾸준히 노력해왔다. 강화 해양 관방 유적 및 인천 역사와 문화유산에 대한 연구와 조사를 꾸준하게 해왔고, 최근에는 인천의 역사와 문화유산 관련 자료에 대한 시민 접근성 향상을 위한 디지털 아카이브 구축 작업을 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인천문화유산센터가 사라질 것이라는 소식을 들었다.
인천시 산하 '공공기관 혁신'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인천문화재단의 조직 개편에서 인천시 담당 부서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인천문화유산센터를 해체하고 해당 업무는 다른 조직에서 한다는 것이다. 센터 직원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인천의 대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인천의 역사와 문화를 가르쳐온 필자에게는 정말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이 효율적 운영을 위해 노력하는 점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지역에서 역사와 문화유산 분야에서 활동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인천문화유산센터는 단순히 재단 내 하나의 조직을 넘어서는 의미와 가치가 있다.
그리고 '문화유산'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 조직이 사라진다는 것은, 설령 재단 내 다른 조직에서 역사와 문화유산 관련 사업을 흡수하여 이어간다고 해도 '서자' 취급을 받으면서 그 중요성이나 관심도가 재단 내에서 점차 하락하다가 결국은 사라질 것이라는 것이 필자만의 기우는 아닐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것은 인천시의 역사와 문화유산 관련 조사와 연구, 시민을 위한 여러 활동들을 해온 조직이 사라진다는 의미이다.
인천시가 시정에 대한 혁신을 고민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다만, 혁신이 곧 조직을 간소화하여야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시민들이 인천시에 부여한 책무를 잘 수행하기 위해서는 조직 간소화만이 아닌 필요한 조직은 더욱 활성화하는 것도 혁신이다.
인천시가 현재 여러 문화시설을 전문적으로 통합 운영하기 위한 신규 재단법인 설립을 추진하는 것도 그러한 혁신의 일례라 생각된다. 역사와 문화유산을 고려하면서 공공기관 혁신을 추진한다면, 시장 공약 중 '인천시사편찬원' 설립이 있는 것을 볼 때에도 인천문화유산센터는 유지는 당연하고 확대를 검토하는 것이 혁신이라고 생각한다.
인구 300만의 대도시 인천은 역사문화도시로서의 품격을 생각해야 한다.
그 품격은 지역의 다양한 역사문화유산 자원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연구하고 활용하는 노력이 지속적으로 진행될 때 갖추어질 수 있다. 그런데 재단 내 여러 팀 중의 겨우 하나로서 역사와 문화유산 업무를 그나마 수행해온 조직을 해체하는 것은 인천시가 스스로 품격을 깎아내리는 것이다.
인천시가 당당한 역사문화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구호가 아닌 구체적인 실천이 필요한 시점이다. 역사와 문화유산을 사랑하는 시민들과 연구자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한다. 부디 인천문화유산센터에 대해 인천시 당국과 인천문화재단의 사려 깊은 조치를 기대한다.
/이형우 인천대 역사교육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