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선사 MOL '환적계획' 결정
평택항 물량 보관공간 부족 영향


인천항이 연간 1만대 규모 수입 차량 유치에 성공했다.

인천항만공사는 세계 3위 선사인 일본 MOL(Mitsui O.S.K. Lines)의 '라벤더 에이스'호가 28일 신차 600여 대를 싣고 인천 내항에 입항했다고 밝혔다. 이날 인천항으로 들어온 수입 차량들은 내항 야적장에 보관하다가 선박을 통해 평택항으로 운반될 예정이다.

인천항에는 출고 전 차량검사(PDI) 센터가 없어 차량 수입 물량이 거의 없다. PDI를 받아야만 국내 도로를 다닐 수 있다. 이 때문에 수도권에 수입되는 신차 대부분은 PDI 센터가 있는 평택항에서 하역한다.

최근 자동차 수입 물량이 증가하면서 평택항의 야적장 부족 현상이 발생하자 선박이 평택항 해상에서 대기하는 시간도 길어졌다. 이에 따라 MOL은 인천항에 수입 차량을 잠시 보관했다가 이를 평택항으로 옮기는 작업 방식을 선택했다.

이날 인천 내항 항만시설과 자동차 하역 상황을 둘러본 MOL은 연간 1만여 대 차량을 인천항에서 환적할 계획을 세웠다.

MOL의 이번 결정으로, 그동안 자동차운반선이 부족해 수출에 차질을 빚었던 인천항에 숨통이 조금이나마 트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수입 물량이 있어야 자동차운반선이 항만에서 차량을 하역한 뒤, 새로운 물량을 싣고 출항할 수 있다. 하지만 수출 물량만 있는 인천항은 자동차운반선이 빈 배로 입항할 수밖에 없어 물류비용이 상승할 뿐만 아니라 선박 유치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인천항만공사가 집계한 자료를 보면 올해 1~10월 자동차운반선을 통해 수출된 물량은 27만9천700대에 달하지만, 수입 물량은 1천대 미만이다.

MOL의 선박이 자동차를 하역하면 비어 있는 공간에 인천항 수출 물량을 실을 수 있는 만큼, 자동차 수출 작업도 원활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인천항에서 수출된 차량 62만여 대 중 45%가 자동차운반선을 통해 처리됐다.

인천항만공사 관계자는 "자동차는 인천 내항 물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화물"이라며 "MOL뿐 아니라 다른 선사들과도 협의해 인천항을 찾는 자동차운반선이 많아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주엽기자 kjy8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