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로 40분 거리 의원 지정도 발생
계양 한 초교, 서울·동구로 진료길
내년 '내원 진료'땐 더 불편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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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지역 초등학교들이 학생들의 구강검진을 담당할 동네 치과 병·의원 찾기에 애를 먹고 있다. 치과 병·의원들이 학생들에게 들이는 인력과 시간에 비해 수익이 적어 학교 구강검진을 맡기 꺼리는 분위기다. 학교와 지정 치과 병·의원 간 거리가 멀수록 학생 불편은 커질 수밖에 없다.

초등학생 구강검진은 학교보건법에 따라 매년 실시된다. 1·4학년 학생은 구강검진을 포함한 건강검진을, 2·3·5·6학년은 구강검진을 받는다. 검진기관은 매년 3월 각 학교가 공고한 뒤 학교운영위원회가 선정하고, 학생이 해당 병원을 방문해 검사받도록 규정돼 있다.

그동안 각 학교는 인근에 최소 2개 이상의 치과 병·의원을 지정해 학생들에게 안내하고, 구강검진 비용을 학교 예산으로 지원했다.

하지만 올해는 유독 학교 주변 치과 병·의원을 섭외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토로한다. 학교에서 차로 40분 이상 걸리는 치과 병·의원이 지정된 경우도 적지 않다. 치과 병·의원이 학생 구강검진을 꺼리는 이유는 사실상 '봉사'에 가깝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내원하면 일반 환자를 진료할 수 있는 시간은 줄어들 수밖에 없는데, 크라운이나 임플란트 등 비급여 항목 치료에 비해 학생 구강검진 비용은 턱없이 적다. 학교가 치과 병·의원에 지급하는 비용은 올해 기준 학생 1명당 7천990원이다. 학생들은 치아에 문제가 발견되면 대부분 기존에 다니던 치과로 가기 때문에 추가 진료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지 않다고 한다.

인천 서구 한 초등학교는 올해 공고를 내기 전 지난해 계약한 치과 병·의원에 문의했다가 거절당했다. 운영위원들은 학교와 가까운 병·의원을 원했지만 희망하는 곳이 없었다.

결국 출장 건강검진과 구강검진을 제안한 경기도 소재 종합병원으로 정해졌다. 이는 코로나19 여파로 인천시교육청이 2020년부터 예외적으로 출장 검진을 승인해줘서 가능한 일이다. 원래 출장 검진은 소규모 학교 또는 주변에 검진기관이 없는 학교 등만 가능하다.

계양구 한 초등학교는 올해 모든 학년을 함께 맡아줄 치과 병·의원을 찾지 못하다가 1·4학년은 서울 한 치과 의원을, 2·3·5·6학년은 인천 동구 한 치과 의원을 간신히 지정해 학부모들에게 안내했다. 학교에서 먼 곳에 떨어져 있어 의료진이 하루 날을 잡아 방문하는 방식으로 검진이 이뤄졌다.

문제는 내년이다. 올해 초까지는 코로나19 '주의' 단계라 학교들이 출장 검진 승인을 받을 수 있었지만, 내년부터는 다시 학생들이 치과 병·의원에 내원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학교와 가까운 병원을 섭외하지 못하면 그 불편은 고스란히 학생들 몫이다.

인천의 한 초등학교 관계자는 "출장 검진 당일 등교하지 못한 학생들은 멀리 떨어진 치과로 가서 검진서를 받아와야 한다"며 "당장 내년 구강 검진을 맡아줄 치과를 물색하는 게 고민"이라고 말했다.

/김희연기자 kh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