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상담소 내년예산 대폭 삭감

인천 신고건수 6대 광역시중 1위
보조금 받는 8곳중 4곳서 4명 감원
"성급한 통합운영 전환 부작용 우려"


가정폭력 피해자를 돕기 위한 상담소 지원 예산이 내년에도 대폭 삭감된 것으로 나타났다.

가정폭력 관련 단체들은 피해자 지원 등에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28일 경찰청 집계를 보면 인천지역 가정폭력 신고 건수는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최근 3년간 6대 광역시(인천, 부산, 대구, 대전, 광주, 울산) 중 가장 많았다. 2020년 1만6천410건, 2021년 1만6천808건, 2022년 1만6천98건이었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인천은 인구가 더 많은 부산(2022년·1만2천602건)보다 가정폭력 신고 건수가 3천500여건이나 많았다.

인천경찰청 관계자는 "올해도 가정폭력 신고는 예년과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가정폭력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하려 노력하고 있지만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가정폭력으로 인한 인천지역 가해자 구속 건수도 매년 늘고 있다.

2019년 15명이 구속됐는데, 2022년에는 35명으로 3년 사이에 2배 이상 증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가정폭력 피해자를 지원하기 위한 정부 예산이 삭감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여성가족부는 내년 전국 가정폭력 상담소 지원 예산을 삭감하면서, 상담가 등 종사자 5인 이상인 가정폭력 상담소는 인력을 1명씩 줄이라고 통보했다. 이에 따라 정부 보조금을 받는 인천의 가정폭력 상담소 8곳 중 4곳에서 각각 1명씩 총 4명을 감원해야 한다.

인천 가정폭력·성폭력 통합상담소 관계자는 "상담가가 피해자 상담은 물론, 법률지원과 수사 동행 등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데 갑자기 인원을 줄이면 상담소에서 지원하는 피해자들을 돕는 데 차질이 생길 것"이라며 "지금도 직원들이 밤 늦게까지 일할 때가 많다"고 토로했다.

여성가족부는 가정폭력 피해자 상담소를 가정폭력·성폭력 통합상담소로 전환하면 직원 1명을 증원토록 한다는 입장이지만, 가정폭력 상담소들은 성급하게 통합상담소로 전환하는 것은 오히려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 인천지부 관계자는 "가정폭력과 성폭력 피해자는 접근방식부터 상담방식, 지원책까지 전부 다르다"며 "기존의 가정폭력 상담가들이 전문성을 기를 시간도 없이 인원 1명만 늘어난다고 해서 통합상담소가 제대로 운영되긴 어렵다"고 했다.

이밖에 가정폭력 행위자 교정·치료 프로그램 예산도 전액 삭감됐다.

인천의 한 가정폭력 상담소 관계자는 "가정폭력 교정·치료 프로그램은 상담과 교육을 진행하며 재발 방지에 효과를 보였다"며 "내년 관련 예산이 삭감돼 기존처럼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상담소에서 자체적으로 운영 방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효과는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선아기자 s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