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무역장벽 '탄소중립'·(下)] 중소기업 보호정책 필요하다
대상 업종 지역 실태조사 이뤄져야
수출국·대기업 요구전까지 무대응
인천TP·상의 지원총괄 역할 필요
EU 지침 대부분 '영문' 이해 못해
# 인천 주안국가산업단지 A철강은 유럽 등 세계 여러 나라에 특수강 제품을 수출한다. 철강은 탄소국경조정제도(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CBAM)의 직격탄을 받는 업종인데, 정작 이 회사는 CBAM 제도 자체를 알지 못한다. 회사 관계자는 "탄소국경조정제도에 대한 내용을 들어본 적도 없다"고 말했다.
# 인천 남동국가산업단지 B철강 역시 유럽에 고객사를 두고 있다. CBAM 대응이 향후 회사에 미칠 영향을 예측하고 대비책을 마련하고자 백방으로 힘쓰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주변의 같은 업종 분들을 만나 얘기해 봤는데 CBAM을 잘 알고 있거나 관심을 갖는 곳은 거의 없었다"고 전했다.
CBAM은 이미 현실이 됐지만 중소 수출기업은 우왕좌왕 갈피를 못 잡는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이들 기업을 대상으로 한 맞춤형 지원 체계를 갖추면서 관련 제도를 신설·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실태조사 선행돼야 해"
인천연구원에서 '인천시 제조업 온실가스 배출 특성 및 탄소중립 대응방안 연구'를 주도한 한준 인천탄소중립연구지원센터 기후정책연구팀장은 CBAM 대상 업종(철강·전기·시멘트 등 6개 품목)에 대한 지역 산업 실태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인천연구원 연구 결과에 따르면 대기업은 전문 인력을 두고 탄소중립, CBAM이 미칠 영향에 대비하는 반면 중소기업은 구체적 정보를 얻지 못한 채 '막연한 우려'를 안고 있다. 중소기업은 수출국이나 대기업으로부터 CBAM 요구가 있기 전까지 대응 방안을 마련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한준 팀장의 분석이다.
한 팀장은 "지자체나 관련 기관이 지역 내에 해당 업종이 얼마나 분포하는지 통계를 뽑아보려면 뽑아볼 수 있을 것"이라며 "통계를 갖고 접근하면 지역 기업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 대략적으로라도 파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시의 CBAM 기업 대응 관련 부서는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산업 담당 부서는 환경기후정책과, 산업정책과, 산업입지과, 에너지산업과 등이다. 지원 기관도 인천테크노파크, 인천상공회의소로 나뉘어 있다. 컨트롤타워가 있어야 효율적 대응이 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팀장은 "지금의 조직 구성은 탄소중립에 대해 기업들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이끌어내거나 지원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며 "특정 부서가 총괄 역할을 하며 주도권을 갖고 정책을 추진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 "법적 보호장치 마련해야"
김기만 중소벤처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정보의 비대칭성'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럽연합(EU)에서 나오는 CBAM 지침 대부분은 영문으로 돼 있다. 이를 국문으로 번역해 중소기업에 제공하는 행정 서비스부터 시작하자는 것이다.
김 부연구위원은 CBAM으로부터 중소기업을 보호하는 법제화 작업도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CBAM은 수출 중소기업뿐 아니라 대기업에 납품하는 기업에도 영향을 미친다. 대기업이 CBAM에 따른 '무역관세' 부과 책임을 중소기업에 전가할 수 있다.
그는 "대기업이 중소기업이나 하청업체에 원·부자재 탄소 배출량을 명목으로 세금 부과 책임을 떠넘기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며 "하도급법에 담긴 납품단가 연동제처럼 중소기업을 법적으로 보호할 장치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진주기자 yoopear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