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서 젊음 불태운 추억소환 매개
MZ세대 직장 기준 1위 워라밸에도
걱정과 달리 불합리 관행 개선 평가
소통·배려·존중 태도 화합 근간으로
최근 1980년부터 2010년대 초반 출생을 일컫는 일명 MZ세대가 사회로 진출하면서 여러 조직에서 기성세대와 갈등을 빚고 있다. 9시 직전에 출근한 직원을 향한 상급자의 점잖은 핀잔이 끝나기도 전 '퇴사 하겠습니다' 라며 사직서를 내미는 신규직원의 모습과 같이, 세대 간의 인식차이를 느낄 수 있는 많은 에피소드가 광고와 코미디의 소재로 활용되고 있다.
일명 MZ세대가 말하는 '라떼(나 때는 말이야)'세대인 필자는 35년 전 한국국토정보공사(LX, 옛 대한지적공사)에 입사해 지금까지 근무하고 있다. 입사후 3년이 지난 후에야 컴퓨터가 처음으로 보급됐고, 7명 남짓한 본사 근무부서에서는 맡은 업무분장 외에도 지원까지 챙기느라 밤 12시를 넘겨 퇴근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당시 여의도에 소재했던 본사에서 함께 일했던 동료들은 주말이나 명절을 가리지 않고 출근하며 야근이 잦은 나에게 '불 꺼지지 않는 45번지'라는 별명을 붙여 주었고, 늦은 밤 사옥에서 발생한 화재를 조기에 발견·진압한 사건이 생기면서 '여의도의 캡스', 'LX의 전설'이라는 별명까지 늘었다. 지금도 우스갯소리로 종종 회자되곤 하는 그 별명은 회사와 가족을 위해 젊음을 불태웠던 추억을 소환하는 기억으로 남아있다.
하지만 지금은 시대가 많이 변했다. 2023년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MZ세대의 직장 선택 기준 2위는'월급(30%)', 1위가 '워라밸(37%)'이었다. 그리고 사회적 기여도가 높은 기업(3%)은 꼴찌를 차지했다.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지원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회사에서도 가족사랑의 날, 유연근무제, 시간단위의 연차제도 등 워라밸을 위한 여러 제도를 도입·운영하고 기존의 조직문화를 젊은 세대들의 인식변화에 맞춰 세대 간의 갈등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LX경기남부지역본부도 MZ세대 직원의 비율이 40%를 육박하고 있다. 필자가 느끼기에도 인내, 헌신, 공공 등 사명과 명분에 집중하던 기성세대들이 IT와 기술에 민감하고 권위주의 거부, 합리성과 개인 일정을 중시하는 젊은 세대와 함께 한 팀으로 구성되어 지적측량을 수행해야 하는 업무환경이 자칫 상호불만과 부정적 조직문화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했으나, 솔직하고 합리적인 MZ세대로 인해 조직의 불합리한 관행이 오히려 개선되었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세대 간 갈등은 사실 지금,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메소포타미아 수메르 점토판과 이집트 피라미드 내벽에 남겨진 글자도 해석해 보니 '요즘 젊은이들은 버릇이 없어'라는 메시지였다고 한다. 그만큼 세대갈등은 어느 나라, 어느 시대에나 존재했다. 나도 장발과 미니스커트가 유행했던 시절의 젊은이였으며 '난 알아요!'를 외치며 염색 머리를 흔들던 X세대도 어느새 중견팀장이 되었다. 요즘 젊은이 MZ세대는 집에 있는 우리 아이들과 가장 가까운 미래 세대이다.
LX는 국민들을 대상으로 국토정보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공기관이다. 안타깝게도 MZ세대에게 인기 없는 '사회적 기여도가 높은 기업'의 운명이기에 '소중한 나'의 가치를 사회로, 대한민국으로 확장할 수 있는 가슴이 세상을 더 크고 따뜻하게 할 수 있다는 진실만은 꼭 전하고 싶다. 그리고 '나'와'나'를 잇는 소통과 배려, 존중의 태도는 화합의 근간이 되어줄 것이다.
이젠 서로의 태도에 실망하고 힘들어 하기보다, 피고 지는 꽃과 같은 인생의 본질을 이해하는 지혜가 필요한 때가 아닌가 한다. 인류는 기성세대의 따가운 시선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새로운 젊은 세대를 통해 진화하고 발전하지 않았는가!
이 겨울, 여의도 캡스가 전하는 라떼 한 잔이 그대에게 따뜻하게 전해졌기를….
/윤한필 한국국토정보공사(LX) 경기남부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