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가 걷히면
뮤지컬 ‘안개가 걷히면’의 한 장면. /떼아뜨르 다락 제공

시한부 선고된 남자와 알츠하이머 앓는 여자, 상처 안은 외로운 남자의 기묘한 동거

떼아뜨르 다락이 희곡 공모로 발굴한 김민수 작가의 ‘안개가 걷히면’을 뮤지컬 공연으로 재구성해 선보인다.


떼아뜨르 다락은 12월 6~17일 인천 중구 신포동 다락소극장에서 뮤지컬 ‘안개가 걷히면’을 공연한다. ‘안개가 걷히면’은 2020년 떼아뜨르 다락 희곡 공모를 통해 당선된 작품이다.


삶 따위에 별다른 미련이 없다고 생각한 마흔두 살의 무명 시인 호영은 막상 뇌 속에 혹이 크고 있고, 길어야 3~6개월이란 시한부 선고를 받자 정신이 멍해진다. 자신을 불러 세우는 간호사의 말을 듣지 못하고, 출입구가 아닌 남의 진료실 문을 열어젖혔는데, 그때 혜실을 향해 “알츠하이머입니다”라고 진단을 내리는 의사의 목소리를 듣게 된다.


그렇게 병원 근처의 벤치에 나란히 앉은 호영과 혜실. 호영은 대뜸 시를 읊더니 만난 지 한 시간도 안 된 혜실에게 사귀어 보잔다.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펄쩍 뛰던 혜실에게 호영은 마지막일지도 모른다고 설득했고, 혜실은 서럽게 울며 그 제안을 받아들인다. 그렇게 사귀게 된 호영과 혜실의 관계에 호스트바에 다니는 한량 같은 남자 형희가 들어오면서 세 인물이 얽히고 설키는 ‘기묘한 동거’가 시작된다.


김민수 작가는 “이들 세 사람이 관계를 맺고, 그 안에서 우정 같은 사랑도 하고, 사랑 같은 의지도 하며, 결국 기묘한 동거라는 이름의 가족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너무 어둡지 않게, 비윤리적이지 않게, 어른들을 위한 동화처럼 그려보고 싶었다”고 했다.


2020년 다락소극장에서 연극으로 공연된 ‘안개가 걷히면’은 이번에 음악과 안무를 더한 뮤지컬로 탈바꿈해 더욱 경쾌해졌다. 연출을 맡은 박상우 감독은 “안개가 걷히면 볼 수 있는 세 명의 사랑 이야기”라며 “독특하지만 일상적이고, 안타깝지만 웃긴 이상한 로맨스 연극을 만들고 싶었고, 이번엔 음악을 실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공연은 수·목·금요일 오후 7시와 주말 오후 4시에 개최한다. 월요일과 화요일은 공연이 없다.


다락소극장 내 한옹사랑방 ‘인천 오래된 연극 공연’ 자료 전시도 열려

이번 공연과 함께 보면 좋을 전시도 다락소극장에서 열리고 있다.


떼아뜨르 다락 내 모임 공간 ‘한옹사랑방’에선 1961~2009년 인천 지역 연극 공연의 포스터, 팜플렛, 대본, 신문 자료 등을 모은 ‘우리 시대, 연극 속을 걷다’ 전시가 진행 중이다. 조우성 전 인천시립박물관장 소장 자료다.


한옹사랑방은 떼아뜨르 다락 후원회(회장·신용석)가 운영하는 공간이다. ‘인천한세기’를 쓴 향토사학자이자 외과의사 신태범(1912~2001) 박사가 운영하던 ‘신외과’가 있던 자리에 떼아뜨르 다락이 들어선 인연을 계기로 2021년 9월 개관했다.


그동안 한옹사랑방에선 ‘인천풍물산책전’ ‘그리운 금강산과 세 분의 인연’(작곡가 최영섭, 작사가 한상억, 신태범 박사) 등 인천의 공간과 인물에 관한 전시를 열었다.


안개가 걷히면
뮤지컬 ‘안개가 걷히면’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