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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축구팬들이 절망에 빠졌다. 2일 축구 명가 수원 삼성 블루윙즈가 홈구장 빅버드(수원 월드컵 경기장)에서 강원FC와 득점 없이 비겨 K리그1 꼴찌(12위)로 시즌을 마감, K리그2로 자동 강등됐다. 1995년 창단해 다음해부터 프로축구 1부리그에 참여한 이후 27년 역사에 없던 굴욕이다. LG트윈스의 29년 만의 한국시리즈 우승과 함께 올해 프로 스포츠의 양대 사건이다.

2002년 월드컵을 앞두고 삼성그룹이 창단한 블루윙즈는 K리그1 4회, FA컵 5회, AFC 챔피언스 리그 2회 우승 등 K리그 구단들 중 가장 많은 우승컵을 차지한 팀이다. K리그1 마지막 우승인 2008년까지만 해도 벤치 멤버로 1군을 창단할 수 있는 전력으로 '레알 수원'으로 불리며 전성기를 누렸다.

블루윙즈에 대한 수원 축구팬들의 자부심도 대단해 서포터스 그랑블루는 2017년 아시아 프로 스포츠 서포터스 4위에 선정될 정도로 열광적인 응원으로 유명했다. 블루윙즈는 삼성 제일주의와 세계문화유산 화성의 도시 수원의 상징으로 부족함이 없었다. 전용구장 빅버드 건설 당시 십시일반 성금을 냈던 시민들은 한국판 엘클라시코인 수원삼성-FC서울 슈퍼매치 등 블루윙즈 더비들의 당당한 주연이었다.

블루윙즈의 몰락은 예고된 참사다. 지난해 K리그1에서 10위를 기록해 K리그2의 3위팀과 단두대 매치를 벌여 겨우 1부리그에 잔류했다. 하지만 구단의 외면으로 리빌딩에 실패했고 결과는 참담하다. 스포츠계와 팬들은 참사의 원흉으로 삼성그룹을 지목한다. 2014년 삼성그룹은 스포츠단 운영을 제일기획으로 넘겼다. 삼성 산하 각 종목 프로 구단들은 이때부터 투자가 단절됐다. 우수 선수를 영입할 돈이 없으니 우승은 언감생심, 모든 종목 팀들이 꼴찌 근처에서 배회한다.

글로벌 일류로 도약한 삼성은 올림픽과 첼시 등 세계적 스포츠 이벤트와 프로팀에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퍼붓는 동안 산하 국내 프로팀은 동네 아마추어로 취급해 그룹에서 떼어냈다. 글로벌 삼성에 취해 삼성전자 발원지인 수원을 건성건성 대하는 태도와 흡사하다.

축구로 수원의 정체성을 통째로 프랜차이즈한 삼성이 돈 몇 푼 아낀답시고 지역을 강등 도시로 격하시켰으니 무책임한 일이다. 수원 삼성 블루윙즈의 강등은 삼성 제일주의의 안방 몰락일 수 있다.

/윤인수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