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엔 운동능력 저하 증상 나타나
분당 호흡수 30회 훌쩍 넘어가기도
밤·새벽녘에 마른 기침 더 심해져
폐에 물 안차도록 예방 '치료 핵심'
수술로 기능유지 성공 사례 희소식

송민형-수의사.jpg
송민형 경기도수의사회 부회장
지난 칼럼에 이어 이번에는 개들에게 많은 심장병인 판막폐쇄부전의 대표적인 증상 및 치료법들과 더불어 집에서 쉽게 관찰할 수 있는 키포인트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다.

개의 심장에 이상이 생기는 초기 심장병의 경우 제일 먼저 운동능력의 저하가 나타나게 된다. 물론 나이가 들어가면서 체력이 떨어지고 움직임이 저하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건강상에 이상이 없는 경우 노령의 개일지라도 운동능력의 저하는 매우 늦게 나타나게 된다. 평소 산책 등에 전혀 부담 없이 발랄하던 개가 언제부터인가 뛰려고 하지 않고 쉽게 지치기 시작한다면 뭔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라고 판단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이 증상은 주관적인 판단을 해야 하고 쉽게 알아차리기는 힘든 증상이다.

두 번째로 나타나는 증상은 호흡수의 증가를 들 수 있다. 개의 정상 호흡수는 평소 분당 20~30회 정도인데 심장에 이상이 생기게 되면 이 횟수가 30회를 훌쩍 넘어가게 된다. 심장과 폐는 기능상으로 매우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장기로 판막질환이 발생할 경우 폐에 무리를 주어 호흡수가 늘어나게 되며 이는 집에서도 쉽게 측정해 볼 수 있는 대표적인 건강지표이며 심장병으로 치료를 받는 과정에는 집에서도 주기적으로 확인해보아야 하는 항목이므로 미리 미리 연습을 해놓는 것이 좋다. 초기 심장병은 그 증상을 보호자가 알아차리기는 쉽지 않은 상태이며 병원에서도 청진과 더불어 흉부 방사선, 심장 초음파 등을 통해 스테이지(stage)를 나누는 시기이다. 조기 발견하여 관리해 줄 경우 삶의 질을 유지하며 잔여 수명을 늘릴 수 있는 중요한 시기이므로 보호자의 세심한 관심이 필요하다.

다음으로는 보호자들이 심장병을 인지하게 되는 가장 대표적인 증상인 마른 기침이 있다. 마치 목에 무언가가 걸린듯한 느낌을 주는 '컥컥' 소리이며 주로 밤이나 새벽녘에 더 심해지는 경향이 있다. 심장이 커지면서 기관을 거상시켜 자극을 주기도 하고 판막 폐쇄부전으로 인해 혈액이 역류하여 폐에 물이 차게 되면서 기침을 유발하게 된다. 낮보다는 기압이 낮아지는 밤과 새벽 사이에 기침이 심해지는 이유이기도 하며 장마철이나 겨울철에 증상이 더 심해지게 되기도 한다. 이때부터는 병원 치료 없이는 삶의 질이 급격하게 떨어지게 되고 순식간에 증세가 악화될 수 있으므로 세심한 관리와 더불어 주기적인 병원 치료가 필요하다.

병원 치료과정에서는 보호자와 주치수의사간의 긴밀한 소통이 필요한데 특히나 집에서 호흡수를 주기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원활한 호흡수는 치료가 잘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명확히 반영하므로 매일 호흡수를 체크하면서 편안히 잘 자는지, 기침이 심해지지는 않는지를 파악하면서 병원치료를 이어가야한다.

병원 치료의 핵심은 심장의 기능을 유지하여 폐에 물이 차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고 심장병과 더불어 발생 가능한 여러 가지 합병증을 예방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합병증으로 만성 콩팥 질환을 들 수 있다. 만약 기존 만성 콩팥질환을 앓고 있던 개에게 심장병이 합병증으로 발병한 상태라면 아주 힘든 치료가 될 것이다. 하지만 기저질환으로 신장질병이 없다면 정기적으로 신장기능을 모니터링하면서 심장치료에 임한다면 오랜 시간동안 함께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개의 혀가 파래지는 청색증이 온다든지 급격하게 호흡수가 분당 50회 이상으로 증가하는 경우, 혈액순환 부전, 부정맥 등으로 인한 기절 등이 나타날 때에는 응급상황이므로 지체 없이 병원에 방문해야 한다. 비록 심장병이 회복되지 않는 질병이기는 하지만 정확한 진단과 더불어 보호자와 주치수의사간의 원활한 소통을 통해 스테이지에 맞는 적절한 치료를 받는다면 삶의 질 저하 없이 일상생활이 가능한 만큼 열심히 치료에 임해야 할 것이다.

끝으로 반가운 소식을 하나 전하자면 외국에 비해 소형견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국내에서도 심장 수술을 통해 안정적인 심장기능을 유지하는데 성공하는 사례들이 보고되고 있다는 것이다. 수의학이 지금보다 발전하여 완벽한 치료법이 나오길 바라본다.

/송민형 경기도수의사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