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못하면 배우자 생활 힘들고
동반 자녀 있다면 교육비용도 부담
숙련된 노동자 확보 취지 위해서는
사업장 처우·복지제도 점검 마련을
다문화사회란 인종과 언어를 비롯하여 문화적 배경이 다른 다양한 구성원들이 공동체를 이루고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말한다. 그러니 다문화사회는 구성원 간 서로에 대한 존중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다. 그러나 이슬람사원 건축 과정에서 지역주민과의 갈등이 빚어졌다. 이슬람문화에 대한 오해가 원인일 것이라 생각한다. 더군다나 우리나라와 같이 단일 민족, 단일문화를 학습을 통해 강조해 왔던 국가에서 이주민의 문화를 수용하기란 쉬운 일이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얼마 전까지만 하여도 인종과 문화적인 면에서 배타적이고 폐쇄적인 국가였다. 그러니 다문화사회로 진입한 우리 사회가 공동체를 건강하게 운영하기 위해서 인식의 개선과 제도의 보완이 필요하다.
이는 이주노동자의 도입이 각 분야에서 확장되는 추세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12월에는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 필리핀 이모님 100명이 들어올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2024년 외국인 노동자의 유입은 역대 최대일 것으로 예견된다. 2021년 5만2천명, 2022년 6만9천명, 2023년 12만명으로 가파르게 상승하였고 2024년 이주노동자는 16만5천명이 입국할 예정이다. 그만큼 국내 산업인력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자동차 정비공, 임업, 음식업, 숙박업 등 허용업종의 확대와 송출국의 확대가 검토되고 있거나, 추진되고 있음을 보아도 상황이 심각함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니 이제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이주민과 함께 생활한다는 것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외국인 고용허가제 시행 이후 이주노동자에 대한 의존도는 물론 숙련된 외국인 인력에 대한 필요 또한 증가하였다. 이를 반영한 것이 E7 비자의 대폭적인 확대다. E7 비자 대상자는 기존 5천명에서 2023년 3만명이 추가되었다. 한국은 E7 비자가 확대되면 숙련된 인력의 수급이 가능할 것이라는 환상을 가진 듯하다. 물론 가족을 초청할 수 있는 이주노동자에게도 E7 비자는 희망이고 꿈일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사실 E7 비자의 면면을 보면 이주노동자들에게 마냥 즐겁고 신나는 일이 아니다.
사실 E7 비자는 이주노동자에겐 예상치 못한 시련의 시작이기도 하다. 우선 배우자가 한국에서 함께 생활한다는 것은 여러모로 어려움이 따른다. 한국어를 못하니 혼자서는 바깥출입을 할 수가 없다. 그러니 이주노동자인 남편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진다. 그럼에도 아내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은 여의치 못한 것이 현실이다. 여기에 더하여 경제적인 부담은 더욱 커질 것이다. 게다가 동반한 자녀가 있다면 교육비용도 만만치가 않다. 이주노동자의 자녀에 대한 보육비 지원은 지방자치단체마다 차이가 있고 그나마 지원금도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니 E7 비자는 꿈이 실현되는 듯하지만 사실 예상치 못한 시련의 시작이다.
하여, E7 비자가 본래의 취지대로 숙련된 노동자의 확보방안이라고 한다면 사업장의 처우와 이주노동자에 대한 복지제도 등의 점검을 통한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E7 비자 이주노동자에게 가족 수당과 아이의 교육비는 지급되고 있는가 등도 알아보아야 한다. 그래야 인력정책을 통한 인구정책을 펼치고 있는지, E7 비자는 누구를 위하고 무엇을 위한 정책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인력부족으로 송출국의 확대를 논하고 있지만 몇몇 국가는 한국으로의 이주 노동을 반기지 않는 눈치이다. 인식개선과 제도의 정비가 선결과제인 이유이다. 2024년 16만5천명의 이주노동자가 입국하게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E7 비자가 사업주와 이주노동자의 꿈이고 희망이길 바란다.
/김구용국 용인시외국인복지센터장·문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