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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역사는 나폴레옹 이전과 이후로 구분된다'는 말이 통용될 만큼 나폴레옹 보나파르트는 비범한 인물이었다. 나폴레옹에 대한 평가는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르지만 그가 끼친 세계사적 영향은 광범하고 절대적이었다. 나폴레옹은 문학과 예술의 단골 소재이기도 했다. 우선 베토벤의 교향곡 3번 '영웅'이 있다. 톨스토이의 명작 '전쟁과 평화'의 진짜 주인공은 나폴레옹이라 할 수 있으며, 스탕달의 '적과 흑'의 야심에 찬 평민 출신 줄리앙 소렐의 나폴레옹 숭배 또한 유명하다. 특히 '나는 글로 나폴레옹 당신이 해낸 일을 해내겠다'고 공언한 발자크의 '고리오 영감'의 라스티냐크라든지 플로베르의 '감정교육'의 주인공 프레드릭 모로도 열렬한 나폴레옹 지지자들이다. 나폴레옹은 예술의 소재일 뿐 아니라 본인 자신도 예술, 특히 독서광으로 유명한데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광팬으로 정치 일정으로 바쁜 와중에 독일 에르푸르트에서 3차례나 괴테를 만났을 정도다.

세월을 거슬러 나폴레옹이 백마를 탄 역동적인 그림으로 유명한 자크 루이 다비드의 1801년 작 '알프스를 넘는 나폴레옹'은 1970년 말~80년대 초 '완전 정복'이란 국내 중고등학교 자습서 시리즈의 표지 그림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한국에서 나폴레옹은 나파륜(拿破崙)으로 표기되고 읽혔는데, '한성신보'의 '나파륜전'(1895~1896)을 시작으로 대한매일신보의 '법황나파륜전'(1907)과 박문서관의 단행본 '나파륜 전사'(1907)가 있으며 판소리 대본 '토끼전'에도 "각국을 응시하던 나파륜(拿破崙)도 해도(海島) 중에 갇혔는데"라는 대목이 나오며, 최남선의 신체시 '해에게서 소년에게' 중에서 "진시황, 나파륜, 너희들이냐"는 구절도 있다.

그런가 하면 '블레이드 러너', '글라디에이터', '마션' 등으로 유명한 리들리 스콧의 영화 '나폴레옹'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영국인 출신 감독이 프랑스의 영웅 나폴레옹을 어떻게 그렸을지도 궁금하고, 전쟁의 신으로 추앙받는 나폴레옹을 연기의 신이라 하는 호아킨 피닉스가 어떻게 연기했을지도 관심거리다. 그런데 이처럼 나폴레옹이 자꾸 읽히고 호명된다는 사실이, 우리는 물론 세계 각국의 정치 리더들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과 우려를 반영하는 현상이라는 점이 매우 우려된다.

/조성면 객원논설위원·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