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업무과중·공간협소 고충
관내 유일… 직원 5명에 3명 수용
조리사 없어 직원 몫 24시간 상주
내년 공간 이전 인력난 심화 우려
"계속 장애인을 옆에서 돌보고 교육 프로그램도 진행해야 하는데, 밥하고 청소하느라 시간이 다 가요."
인천의 유일한 장애인 쉼터에서 일하는 직원 박모(51)씨는 "매일이 전쟁 같다"며 이렇게 말했다.
지난 1일 오후 3시께 찾은 이 쉼터는 가정이나 장애인 공동생활시설 등에서 학대 피해를 당한 장애인 3명이 지내는 곳이다.
쉼터 정원은 8명이다. 하지만 이곳에서 일하는 센터장 등 5명의 직원은 현재 거주 중인 장애인 3명도 온전히 돌보기 힘들다고 토로한다.
박씨는 "입소한 장애인들을 씻기고, 옷을 입히고, 식사를 준비하고, 등교 준비를 해주다 보면 거의 쉴 틈이 없다"며 "일상생활뿐 아니라 학대 피해에 대한 신체적·정서적 치료를 위한 프로그램과 교육 등을 진행해야 하는데 일손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하소연했다.
지난해 입소한 10대 남성 A씨는 가정에서 오랜 기간 방치됐다고 한다. 씻거나 먹는 것, 옷을 입는 것조차 익숙지 않았던 그는 쉼터 생활에도 잘 적응하지 못하고 물건을 집어던지는 등 폭력적 행동을 보였다. 한 직원은 A씨를 돌보다 다치기도 했다. 1년여간 직원들의 교육과 보살핌 아래 그는 이제 옷을 입거나 혼자서 음식을 먹는 것이 가능해졌다.
직원들은 이들의 생활지도는 물론 병원 치료와 심리 상담을 지원하고 일상생활에 필요한 교육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조리사가 따로 없어 장보기, 식사 준비 등도 직원들의 몫이다. 24시간 직원이 상주해야 하기 때문에 낮엔 2~3명, 밤엔 1명이 돌아가며 근무하고 있다.
공간이 협소한 점도 고충거리다. 남녀 거주 공간이 분리돼 있지 않고, 교육 프로그램 운영 공간, 사무 공간 등도 별도로 마련돼 있지 않다.
류문기 센터장은 "힘이 쎈 성인 남성 장애인이나 행동 통제가 어려운 발달장애인이 입소하면 직원들은 더 힘이 들 수밖에 없다"며 "사무 공간과 장애인의 거주 공간이 구분되지 않아 행정 업무에 집중하기조차 어려운 환경"이라고 말했다.
인천시는 내년 상반기에 남녀 거주 공간이 분리된 곳으로 쉼터를 이전해 줄 계획인데, 쉼터 직원들은 인력난이 더 심해질까 봐 걱정하고 있다.
류 센터장은 "남녀 거주 공간에 인력이 상주하려면 더 많은 직원이 필요하다"며 "인천시가 내년에 직원을 7명으로 늘려주기로 해 그나마 다행인데, 입소 장애인이 늘어나도 지원이 원활하게 이뤄지려면 이 역시 부족한 상황"이라고 했다.
/정선아기자 s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