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 유발 사회비용 증가할 수도
삭감된 예산 살려서 정착 도와야
무엇보다 노동력으로 보지 말고
'사람 그 자체'로 보는 관점 중요
한 사회에 새로운 사람이 이주하여 들어오면 '문화접변(acculturation)' 현상이 발생한다. 문화접변은 서로 다른 두 사회 구성원들이 비교적 장기간에 걸쳐 직접적인 접촉 관계에 들어갈 때 그 결과로 어느 한쪽이나 양쪽 사회의 문화에 변동이 일어나는 현상을 가리킨다. 문화심리학자인 존 베리(John W. Berry)는 국제이주로 인하여 문화접변이 일어날 때, 외국 이주민이 취하는 전략은 4가지라고 밝혔다. 이주민의 전략 선택에 영향을 주는 첫 번째 차원은 이주민 집단의 문화유산과 정체성 유지이고, 두 번째 차원은 거주국 집단과 관계 추구이다. 먼저, 이주민이 자기 문화유산과 정체성을 지키면서 거주국 사회와 관계 모색도 중요시한다면 '통합(integration)' 전략을 취한 것이다. 만약 이주민이 자기 문화유산이나 정체성 유지를 중시하지 않고 거주국 집단과의 관계만 중시한다면 '동화(assimilation)' 전략을, 자기 문화유산과 정체성을 유지하되 거주국 사회와 관계 모색을 고려하지 않으면 '분리(separation)' 전략을 선택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주민이 자기 문화유산이나 정체성을 유지하지 못하면서 거주국 사회와 관계 모색도 하지 못하면 '주변화(marginalization)' 되어버린다.
베리는 이주민의 전략 선택에 영향을 주는 세 번째 차원으로 거주국 사회가 취하는 문화접변 전략이 중요하다고 하였다. 이주민의 통합 전략은 거주국 사회가 이들의 문화다양성을 존중할 때 가능해진다. 이주민의 동화 전략은 거주국 사회가 용광로(melting-pot) 전략을 취할 때, 이주민의 분리 전략은 거주국 사회가 격리(segregation) 전략을 보일 때 나타나고, 이주민의 주변화 현상은 거주국 사회의 배제(exclusion) 전략과 상응하게 된다.
외국인을 받아들이는 우리가 이주민을 격리하거나 배제하면 급증하는 외국 노동자가 한국사회의 성장 동력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 긴장을 낳고 사회문제가 되어 사회 비용이 증가할 수도 있다. 따라서 정부가 새로 설립한다는 '이민청'에서 삭감된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예산을 살려서 이들이 여기서 정착하여 잘 살아갈 수 있도록 돕기를 권한다. 무엇보다 외국인을 '사람 노동력(인력)'만이 아니라 '사람 그 자체'로 바라보는 관점을 정립하기를 권한다. 정현종 시인의 '방문객' 시의 한 구절을 쓰며 글을 마친다.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
/이현서 아주대학교 스포츠레저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