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민 노동자 격리·배제한다면
긴장 유발 사회비용 증가할 수도
삭감된 예산 살려서 정착 도와야
무엇보다 노동력으로 보지 말고
'사람 그 자체'로 보는 관점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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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서 아주대학교 스포츠레저학과 교수
최근 정부는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는 돌파구로 외국 노동자 수를 확대하는 정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11월27일에 정부는 내년 고용허가제로 들어오는 외국인 수를 올해보다 4만5천명 늘어난 16만5천명으로 확정했다. 비전문 취업 비자 발급 대상도 외식업계를 포함한 다른 분야까지 확대했다. 그런데 정부의 확대 정책은 외국인을 사람이 아니라 단순히 '대체 인력'으로만 보는 관점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것을 방증하는 사례는 지난 9월 정부가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예산의 전액 삭감안을 제출한 것이다. 정부가 삭감한 전국 40여개 센터의 예산은 올해 기준 71억800만원이다. 이 삭감안이 제출된 지 2주가 지나서 한국과 비전문 취업 비자 협정을 체결한 아시아 16개 국가 중에 8개국 대사관이 한국 정부에 센터 폐쇄에 대한 우려를 담은 '공식' 문서를 전달했다고 한다. 이렇게 외국 대사관들이 주재국 정부의 예산안에 단체로 의견을 표시하는 일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한다. 외국인 노동자가 필요해서 확대하지만 이들이 한국에 들어와 겪을 수 있는 다양한 문제를 상담하고 지원하는 센터를 없앤다고 한다면 외국인을 '사람 그 자체'로 보기보다 일하는 '인력(사람 노동력)'으로만 보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들게 한다.

한 사회에 새로운 사람이 이주하여 들어오면 '문화접변(acculturation)' 현상이 발생한다. 문화접변은 서로 다른 두 사회 구성원들이 비교적 장기간에 걸쳐 직접적인 접촉 관계에 들어갈 때 그 결과로 어느 한쪽이나 양쪽 사회의 문화에 변동이 일어나는 현상을 가리킨다. 문화심리학자인 존 베리(John W. Berry)는 국제이주로 인하여 문화접변이 일어날 때, 외국 이주민이 취하는 전략은 4가지라고 밝혔다. 이주민의 전략 선택에 영향을 주는 첫 번째 차원은 이주민 집단의 문화유산과 정체성 유지이고, 두 번째 차원은 거주국 집단과 관계 추구이다. 먼저, 이주민이 자기 문화유산과 정체성을 지키면서 거주국 사회와 관계 모색도 중요시한다면 '통합(integration)' 전략을 취한 것이다. 만약 이주민이 자기 문화유산이나 정체성 유지를 중시하지 않고 거주국 집단과의 관계만 중시한다면 '동화(assimilation)' 전략을, 자기 문화유산과 정체성을 유지하되 거주국 사회와 관계 모색을 고려하지 않으면 '분리(separation)' 전략을 선택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주민이 자기 문화유산이나 정체성을 유지하지 못하면서 거주국 사회와 관계 모색도 하지 못하면 '주변화(marginalization)' 되어버린다.

베리는 이주민의 전략 선택에 영향을 주는 세 번째 차원으로 거주국 사회가 취하는 문화접변 전략이 중요하다고 하였다. 이주민의 통합 전략은 거주국 사회가 이들의 문화다양성을 존중할 때 가능해진다. 이주민의 동화 전략은 거주국 사회가 용광로(melting-pot) 전략을 취할 때, 이주민의 분리 전략은 거주국 사회가 격리(segregation) 전략을 보일 때 나타나고, 이주민의 주변화 현상은 거주국 사회의 배제(exclusion) 전략과 상응하게 된다.

외국인을 받아들이는 우리가 이주민을 격리하거나 배제하면 급증하는 외국 노동자가 한국사회의 성장 동력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 긴장을 낳고 사회문제가 되어 사회 비용이 증가할 수도 있다. 따라서 정부가 새로 설립한다는 '이민청'에서 삭감된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예산을 살려서 이들이 여기서 정착하여 잘 살아갈 수 있도록 돕기를 권한다. 무엇보다 외국인을 '사람 노동력(인력)'만이 아니라 '사람 그 자체'로 바라보는 관점을 정립하기를 권한다. 정현종 시인의 '방문객' 시의 한 구절을 쓰며 글을 마친다.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

/이현서 아주대학교 스포츠레저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