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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규씨가 5일 밤 교통사고를 당했다. 대리운전 기사가 몰던 유씨 승용차와 8.5t 화물차가 고속도로에서 차로변경 중 부딪혔다. 승용차가 180도를 돌아 중앙분리대를 들이받을 정도로 대형사고였지만, 부상이 경미하다니 다행이다. 같은 날 수원의 한 세탁소 주인이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글을 남기고 사라져 한바탕 소동이 일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과 관련 압수수색 대상이 됐던 사람이다. 천만다행 경찰이 익산의 한 모텔에서 찾아냈다.

유씨는 이 대표가 재판받는 대장동 비리 재판의 핵심 증인이다. 세탁소 주인은 이 대표의 법인카드 사용처로, 신상이 주목받는 신세가 됐다. 경찰은 일반적인 교통사고이자, 개인적인 잠적으로 보지만 대중은 상상의 날개를 편다. 진영에 따라 주체가 다른 음모설을 속닥인다.

이재명 이름 석자가 명암을 떠나 한 시대의 주어가 됐다. 영화 같은 이재명 스토리 때문이다. 찢어지게 가난한 시골 소년공이 검정고시로 중·고를 마치고 변호사가 돼 성남시장, 경기도지사, 여당 대통령 후보를 거쳐 거대야당 대표에 이른 인생 역정은 위인전 급이다. 하지만 성공으로 질주하면서 형 내외와 반목했고, 대장동 등 각종 비리의혹을 남겼다. 비리에 연루된 다수의 사람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젠 법인카드를 활용한 월급 보전 재테크가 화제가 됐다.

지난 대선 무렵 영화 '아수라'가 대장동 예고편으로 회자됐지만, 이 또한 예고편에 불과하다. 이재명 스토리는 많은 감독들에게 영화적 영감과 소재로 매력 만점이다. 이재명 시대가 일단락되면 '이재명 영화'들이 속출할 가능성이 높다. 선거의 계절에 영화 '서울의 봄'이 화제다. 44년 전 12·12쿠데타 당일의 현장이 소재다. 그 시절의 주역들은 대부분 역사의 시간에 묻혔고, 그 시대와 무관한 관객들은 영화로 즐긴다.

인생은 가까이 보면 비극이고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는데, 스크린과 객석 사이의 감정의 격차도 이와 같을 때가 많다. 영화의 비극이 관객에겐 희극이고. 희극이 비극일 수 있다. 영화 같은 이재명 스토리는 현재진행형이다. 그를 전지적 존재로 옹위하는 정치 팬덤은 단단하다. 훗날 이재명 영화가 나왔을 때 관객들의 반응이 궁금하다. 현실판 이재명 스토리의 결말에 따라 결정될 테다. 아무튼 영화보다 더 흥미진진한 이재명 스토리는 오늘도 장안의 화제다.

/윤인수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