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대출 심사기준 강화 공지
소규모 다세대 주택 경색 우려
거래 줄고 신규 입주자도 감소
전세사기 여파로 일부 은행을 중심으로 전세자금 대출 기준을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이 같은 여파로 소규모 다세대 주택 전세시장의 경색도 우려되고 있다.
6일 은행권 등에 따르면 시중 은행들은 최근 내부적으로 일부 지역과 주택 유형에 대한 전세자금 대출 심사기준을 높이는 방침을 실무 창구에 공지했다. 전세보증금 미반환 피해 사례가 집중적으로 나타났던 수원시와 화성시 소재 주택의 전세대출 승인 기준을 높이고, 올해까지는 연립다세대 주택과 오피스텔 전세 대출을 승인하지 말라는 등의 내용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기준을 상향하지 않더라도 대출 심사를 보수적으로 보고 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하지만 전세사기 사태 여파로 빌라나 오피스텔 등의 전세거래가 크게 줄은 상태인데다, 기존 세입자는 신규 입주자가 구해져야 보증금을 보전받을 수 있는 상황도 많아 이에 따른 부작용도 우려된다.
실제 화성시 한 오피스텔 전세계약 만료 이후 두 달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는 A씨는 "다음 세입자가 구해지지 않아 조금만 더 살아줄 수 없냐는 집주인의 전화를 받았다"면서 "이런 상황이 길어지면 보증금을 받지 못할 거란 걱정도 든다"고 했다.
이밖에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모인 대화방 등에서도 "대출 기준이 상향돼 다른 전세집을 구하지도 못한다"는 취지의 의견들이 다수 올라왔다. 금융권은 이 같은 사실을 인지하면서도 장기적인 전세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기준 강화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그동안 무분별하게 제공해 온 전세대출 규모를 줄이는 과정에서 새로운 세입자가 들어오지 않는 경우는 있을 수 있으나, 검증의 문턱을 다시 낮추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임대인 스스로 보증금을 인하하는 등의 흐름이 이어져야 전세시장이 정상화될 수 있다"고 했다.
/김지원기자 zon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