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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연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저어새를 지키는 일은 누구 한 명의 노력으로는 역부족입니다. 시민들, 나아가 정부도 힘을 보태줘야 합니다."

경인일보가 11월에 연재한 [멸종위기 '저어새'와 공존 꿈꾸는 동아시아] 기획 기사를 준비하기 위해 홍콩 마이포 습지를 방문했을 때였다. 취재를 마무리한 뒤 잠시 넓은 갯벌과 그 너머에 늘어선 고층 아파트들을 바라보고 있는데, 홍콩탐조단체(HKBWS) 유얏퉁 총감독이 한숨을 쉬며 이렇게 토로했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이자 '천연기념물 205-1호'인 저어새에게 인천은 특별한 곳이다. 전 세계 저어새의 80% 이상이 인천을 비롯한 서해안 일대 갯벌에서 태어났다. 멸종위기종 철새가 매년 잊지 않고 인천을 찾아와 둥지를 틀고 알을 낳는다. 인천에서 저어새 번식이 처음 확인된 것은 불과 14년 전의 일이다.

저어새 서식을 위해 인공섬을 조성한 인천 남동유수지 인근 '저어새 생태학습관'에서는 누구나 저어새 가락지 부착이나 둥지 청소, 저어새 생일잔치에 참여할 수 있다. 하지만 생태학습관을 수탁 운영 중인 '저어새NGO네트워크' 한 관계자는 아직도 저어새를 모르는 시민들이 많다며 아쉬워했다.

저어새 해외 월동지인 일본 후쿠오카, 대만 타이난, 홍콩 마이포 습지 등을 살펴보고 돌아왔다. 일본 후쿠오카는 서식지를 보전하는 일에 개인 활동가들이 사비를 털어넣을 뿐, 지자체나 정부 차원의 지원은 전혀 없다. 세계자연보호기금(WWF) 홍콩지부는 마이포 습지에 외부인의 출입을 제한하며 관리해 왔지만, 뜻밖의 이상기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저어새의 천국'이라는 대만 타이난 지역도 산업화의 영향으로 서식지가 좁아질 위기다.

그나마 저어새 보호와 서식지 보전에 힘쓰고 있는 사람들 덕분에 저어새 개체수는 10년 전인 2013년 2천여 마리에서 올해 초 6천여 마리로 늘었다. 하지만 다른 철새들과 비교하면 저어새 개체수는 아직 턱없이 적다. 경인일보는 이번 기획 보도를 계기로 인천 저어새 거버넌스 확장에 힘쓸 계획이다. 인천시는 지난 2020년 한국물새네트워크,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 파트너십(EAAFP) 등 10개 기관·단체가 참여하는 '인천 저어새 공존협의체'를 구성했다. 더 많은 환경단체와 시민들의 참여가 보장된다면, 저어새에 대한 지역사회의 관심 또한 높아질 것이다.

더 나아가 저어새 보호를 위한 국제 네트워크 구축의 발판도 놓고자 한다. 한국과 대만에 비해 일본이나 홍콩 정부는 저어새에 대한 행정·재정적 지원이 거의 없는데, 각국 활동가들과 소통하며 해법을 찾아가는 후속 보도를 계획 중이다. 대만 언론 '자유시보' 등에도 번식지인 인천과 월동지인 대만 타이난을 찾아오는 저어새 관련 정보 공유 등 협력을 제안한 상태다.

유얏퉁 총감독의 말처럼, 저어새를 지키는 일은 소수의 힘만으로는 어렵다. 인천에서, 그리고 해외 월동지에서 멸종위기종 저어새를 보호하기 위한 국제 네트워크가 구축되기를 희망한다.

/김희연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kh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