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3 2 1(전 2권)┃폴 오스터 지음. 열린책들 펴냄. 1권 808쪽·2권 744쪽. 각 2만2천원


수많은 갈림길에서 마주하는 ‘선택의 고통’은 인간의 숙명이다. 사유하는 존재는 크든 작든, 자신의 선택에 기뻐하거나 괴로워한다. 현대 미국 문학을 대표는 현존하는 거장, 폴 오스터는 앞서 ‘뉴욕 3부작’에서 선택에 따른 결과로 마치 환상 같은 현실을 살아가는 세 명의 인물을 그려냈다.


그간 대중성과 예술성 모두를 충족한 개성 있는 글쓰기를 해오며, 신비주의라는 특유의 문학 세계를 펼친 폴 오스터가 신작 ‘4 3 2 1’을 들고 국내 독자를 찾아왔다. ‘선셋파크’ 이후 발표된 10년만의 장편소설이다. 이번 소설에서 폴 오스터는 ‘선택’을 더욱 심오하게 파헤쳐 여러 경우의 수를 일종의 평행우주로 풀어낸다. 주인공의 삶을 탄생 전후부터 청년기까지 네 가지 버전으로 구성해 평행한 삶을 세밀하게 묘사했다.


폴 오스터
미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폴 오스터의 모습. /ⓒLotteHansen

주인공 ‘아치 퍼거슨’은 1947년 3월 태어나 미국 뉴저지 교외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읽기와 쓰기, 스포츠에 관심을 가진 남성으로 냉전·케네디 암살·인종 갈등·베트남 전쟁·반전 운동 등 전후 미국의 역사적 사건을 목격한다. 그 가운데 선택한 것, 선택하지 않은 것, 선택할 수 없던 것에 따라 인과관계가 뒤바뀌고 우연에 얽힌 사건이 그의 인생에 침투한다.


폴 오스터는 퍼거슨의 이름, 가족 관계, 환경 등 공통 배경을 지닌 하나의 퍼거슨을 바탕으로 퍼거슨-1·퍼거슨-2·퍼거슨-3·퍼거슨-4로 나눠 평행세계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차례대로 서술한다. 어떤 퍼거슨은 손가락 두 개를 잃고, 또다른 어떤 퍼거슨은 대학에 가지 않기로 결심한다. 다른 선택을 한 퍼거슨은 친구들에게 자주 얻어맞고, 또다른 결심을 한 퍼거슨은 신발이 주인공인 단편소설을 집필한다.


수많은 경우의 수에서 탄생한 퍼거슨이 경험하는 감정은 1950~1960년대 미국의 정치 문화 흐름에 섞여들어 시대와 개인을 아우루는 작품이 됐다. 폴 오스터 필생의 역작으로 꼽히는 만큼 장장 1천50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을 자랑하나, 속도감 있는 전개와 특유의 개성 있는 문체로 독자를 매료시킨다. 지난 2017년 영국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4321’
폴 오스터 ‘4321’. /열린책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