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혜의 경관 무색… 어딜가든 플라스틱 ·스티로폼


진촌리 집하장엔 포대 자루 산더미
염분 많아 年 2~3차례 육지서 처리
사곶·콩돌해수욕장도 연안에 둥둥
안전위해 겨울철엔 정비사업 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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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전 인천시 옹진군 백령면 콩돌해수욕장에 해양쓰레기들이 쌓여있다. 작은 사진들은 백령면 진촌리의 해양쓰레기집하장에 수거된 해양쓰레기들. 백령도/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물때 낀 플라스틱 병, 굴러다니는 부표, 해안가에 덮인 스티로폼 알갱이…'.

천혜의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서해 최북단 섬인 인천 옹진군 '백령도'가 해양쓰레기로 신음하고 있다.

7일 오전 10시께 인천 옹진군 백령면 진촌리 해양쓰레기 집하장. 가로 20m , 세로 50m 규모의 집하장에는 부표, 물때가 낀 플라스틱 병과 캔, 스티로폼 상자 등 쓰레기가 가득한 포대 자루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집하장 밖으로 쏟아져 나온 쓰레기도 있었다. 집하장에서 나는 짠 냄새가 해안가 등지에서 수거한 것임을 짐작게 했다.

옹진군청은 백령도 해양쓰레기를 한곳에 모아두었다 연 2~3차례 선박을 이용해 인천 내륙의 민간 소각시설로 옮긴다. 해양쓰레기에는 염분이 많아 백령도 내 생활폐기물 소각장에서 곧바로 처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서해3도 이동권리 추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백령도 주민 심효신(60)씨는 "겨울에는 스티로폼이 부셔져 하얀 알갱이들이 모래사장을 뒤덮는다"며 "바다에 스티로폼 같은 미세플라스틱이 방치되면 결국 주민들 밥상에 올라가게 될 텐데 정말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이어 "해양쓰레기 집하장 주변의 개울을 따라 이런 미세플라스틱 등으로 인근 호수까지 오염될까 우려된다"고도 했다.

전날 오후 1시께 찾아간 인천 백령도 사곶해수욕장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길이 4㎞ 가량의 넓은 모래사장에 온갖 쓰레기들이 띠처럼 해변가를 뒤덮었다. 빨간색·파란색의 플라스틱 부표가 굴러다녔고, 중국어 라벨의 플라스틱 병이 모래사장 곳곳에 박혀 있기도 했다. 버려진 폐어구와 스티로폼 박스도 보였다.

사곶해수욕장에서 만난 관광객 곽도현(28)씨는 "백령도는 두 번째 방문인데 작년 4월에 왔을 때보다 사곶해변에 쓰레기가 더 많아진 것 같다"며 "유명한 관광지라서 집으로 돌아가기 전에 다시 방문했는데 쓰레기가 가득한 모습을 보니 기분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같은 날 오후 2시께 콩돌해수욕장도 마찬가지였다. 콩알만 한 자갈들 사이에 플라스틱 병이 박혀 있고, 낡은 플라스틱 부표들이 연안에 둥둥 떠 있었다.

콩돌해수욕장을 관리하는 백령·대청 국가지질공원 해설가 이주언(64)씨는 "관광객들이 찾아오면 해변에 대해 설명해 주어야 하는데 '왜 이렇게 쓰레기가 많냐'고 물어보면 부끄럽고 머쓱하다"며 "종종 자연환경이 깨끗한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쓰레기 섬'이었다고 화를 내는 관광객도 있다"고 전했다.

백령면 공공근로사업에 참여하는 주민 100여 명과 해양수산부 주관 사업인 바다환경지킴이 2명이 백령도 일대의 해안가 쓰레기를 치우고 있지만, 쉴 틈 없이 밀려오는 해양쓰레기를 감당하기엔 역부족이다. 게다가 12월에는 정비사업마저 끝나 겨우내 해안가에는 쓰레기가 잔뜩 쌓인 채 방치된다.

겨울에는 파도가 높아 해안가 출입이 통제되는 날이 많고, 미끄럼 사고가 날 위험이 있어 정비가 중단된다. 올해 해안가 정비 공공근로사업은 지난달 17일 종료됐고, 바다환경지킴이 사업도 이달 중순 끝난다.

백령면사무소 관계자는 "겨울에 파도가 강해서 쓰레기가 더 많이 쌓이지만 주민들의 안전을 위해 정비사업을 11월부터 3월까지는 중단한다"며 "종종 자원봉사자들이나 공무원들이 모여 해양쓰레기를 치우지만, 겨울에는 쓰레기가 아무리 쌓여도 손쓸 방법이 없다"고 털어놨다.

백령도/백효은·정선아기자 s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