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더유니온, 시흥 총판·지사 상대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 인용'
'계약' 없어도 근로자성 인정… "일방 수수료 열악" 성실교섭 요구
경기지역 배달 노동자(라이더)들이 '바로고', '생각대로' 등 지역 배달 대행사와 기본요금 정상화 등을 위한 단체교섭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배달 대행사들이 교섭을 거부하는 등 부당노동행위를 한다며 라이더 노동조합이 낸 구제신청을 경기지방노동위원회가 받아들이면서다.
7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라이더유니온)과 경기지방노동위원회(지노위)에 따르면, 이달 초 지노위는 라이더유니온이 시흥시에 있는 배달 대행 총판 1곳과 지사 4곳 등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인용했다.
앞서 7월 라이더유니온은 시흥지역 일부 대행사들이 배달료와 수수료를 일방적으로 결정하자 지역 모든 대행사가 참여하는 형태의 교섭을 요구했는데 이를 거부(8월 9일자 9면 보도=시흥 배달 노동자들 "이륜차라이더협회, 배달대행업체와의 교섭 훼방")해 구제신청을 낸 것이다.
라이더들은 특수고용노동자(노무제공자) 신분으로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는 아니지만 노동조합법상 노동3권을 보장받아 우아한청년(배달의민족) 등 대형 배달 플랫폼과 정상적인 단체교섭을 진행해왔다.
하지만 배민과 달리 배달 대행업체의 지역지사를 통해 일감을 받는 라이더들에게는 이런 단체교섭은 언감생심에 가까웠다. 플랫폼에 종속돼 일하면서도 '근로계약'을 맺지 않아 실질적인 고용관계가 성립하지 않고, 이에 따라 교섭 의무가 없다는 게 그간 대행사들의 일관된 주장이었다.
지노위가 라이더유니온의 구제신청을 인용한 것은 노조법상 라이더유니온의 '근로자성'이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은 '사업주와 종속적 관계에 놓여 지휘·감독을 받는지'가 핵심인데, 배달 대행사와 라이더의 경우 이같이 또렷한 고용관계가 성립되지 않더라도 라이더유니온이 설립신고까지 마친 노동조합이기에 노동3법 등을 보장해야 할 계약관계로는 인정된다고 본 것이다.
지노위 관계자는 "구제신청의 쟁점은 근로자성 여부였는데 법리검토와 전문가들이 참여한 심문위원회를 거쳐 (근로자성이) 있다고 인정됐다"고 말했다.
라이더유니온은 지노위의 부당노동행위 결정을 바탕으로 시흥지역 배달 대행사에 성실교섭에 나설 것을 다시 요구할 방침이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조직국장은 이날 경인일보와 통화에서 "배달료와 수수료가 하루아침에 바뀌어도 문제를 삼을 수 없는 열악한 근무조건 속에서 라이더들이 일해 왔다"며 "이번 결정을 통해 최소한의 교섭 의무를 가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한민국 배달의 80%를 일반 대행사 라이더들이 수행하고 있는데, 전국 배달 대행지사장만 8천명(국토부 추산) 가까이 된다"며 "이번 판정을 계기로 커다란 권한을 가진 배달 총판에게 사용자 책임을 묻고, 지역별로 집단교섭을 펼쳐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수현기자 joeloach@kyeongin.com
대행사에 매인 '배달노동자' 단체교섭 길 열렸다
입력 2023-12-07 19:57
수정 2023-12-07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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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08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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