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프라 부족에 통역사가 교육까지
프로그램 적정인원 못 채우면 폐강
설문서 '지인 통해 배워' 응답 최다
市 "관련부서·교육청과 협의할것"

인천 서구에 거주하는 20대 안모씨는 경증 청각장애인이다. 초등학교 3학년 무렵 청력 손실이 시작돼 보청기를 착용하기 시작했다. 수어를 익히지 않아도 의사 소통에 어려움이 없어 특수학교가 아닌 일반 초·중·고등학교를 다녔다.
안씨가 수어를 배워야겠다고 마음먹은 건 지난해부터였다. 보청기를 써도 어음 분별력, 즉 말소리를 구별하는 능력이 저하되는 게 느껴졌다. 청력을 완전히 잃을 수도 있겠다는 위기감이 찾아왔다.
수어교육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었던 안씨는 인터넷부터 뒤졌다. 인천시농아인협회 홈페이지 등을 통해 정보를 얻었지만, 직장에 다니는 안씨가 편하게 수강할 수 있는 수업을 찾을 수 없었다.
안씨는 "그나마 집 근처에서 교육하는 곳은 기초반을 오전에만 진행하고, 저녁반 수업을 하는 곳은 거리가 너무 멀어 저 같은 직장인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며 "올해 1월에 남동구쪽으로 기초반 수업을 듣고, 중급반도 이어서 다니려다 너무 힘들어서 그만뒀다"고 했다. 이어 "수어를 교육하는 곳이 없어도 너무 없다"고 했다.
인천지역 청각장애인들은 수어를 배우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어 교육 인프라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인천시농아인협회가 본부, 남동구·미추홀구·부평구·서구·연수구 지회에서 수어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지만 '적정 인원'이 수강하지 않으면 폐강한다. 또 수어통역사가 교육 업무까지 맡고 있어 인력이 부족하다.
안씨는 "일부 지회는 수어통역사가 퇴근을 해야 해 저녁 수업이 어렵다고 한 곳도 있었다"며 "외부에서 수어통역사를 파견해 강의를 진행하려면 최소 5명의 수강생은 있어야 한다고 설명들었다"고 했다.
인천시가 최근 마무리한 '점자·수어 사용 실태조사 및 시행계획 수립 연구용역'을 통해 수어를 사용하는 청각장애인 10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수어를 배운 곳'을 묻는 항목에 가장 많은 응답자가 '청각장애 특수학교(65.7%)'라고 답했다.
그러나 '수어를 알려준 사람'에 대한 질문에는 '농학교 선후배/친구(38.6%)'를 선택한 응답자가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는 '농학교 청인 선생님(21.8%)' '농인 친구/지인(16.8%)' '농학교 농인 선생님(8.3%)' '농인 부모(8.9%)' 등이 뒤를 이었다.
연구를 주도한 전지혜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청각장애 특수학교에서 (수어를) 배웠다는 건 학교에 교육 프로그램이 있어서가 아닌, 지인을 통해 배웠다는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며 "실제로 특수학교 내에 수어가 가능한 선생님이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른이 된 이후 중도에 청각장애가 와 특수학교를 다니지 않을 경우엔 더더욱 수어를 배우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이번 조사를 계기로 교육 등과 관련해 개선의 필요성을 느꼈다"며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인천시 내 관련 부서, 교육청, 관련 단체 등과 협의하며 시행계획을 수립할 것"이라고 말했다.
→ 관련기사 ("청각장애인 수어교육 기관 태부족… 인프라 확대 필요")
/유진주기자 yoopear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