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0년대 물류창고 장소성 극대화한 대작
인천 올해의 작가 선정 후 모두 새로 작업
인간 존엄성 위협받는 오늘날 현실 그려
압도한다, 압도된다. 지난 7일 개막한 ‘2023년 인천미술 올해의 작가’ 오원배 동국대 명예교수의 전시 ‘부유/현실/기록’ 개막식을 찾은 관람객 대다수의 반응이다.
오원배 교수 전시가 열린 인천아트플랫폼 전시장 1(B)은 1948년 지은 물류창고를 리모델링했다. 그 높은 공간의 활용을 극대화해 높이와 너비 모두 5m가 넘는 대형 작품들이 4개의 벽면으로 에워쌌다. 인천아트플랫폼 전시장에 대형 가벽을 세운 것도, 이토록 커다란 작품이 연속돼 전시된 것도 모두 처음이다.
작품들의 제목은 모두 ‘무제’로 기계와 인간을 닮은 로봇, 공장을 연상케 하는 파이프, 건설현장, 이순신 장군 동상과 법원 앞에 있는 디케 동상이 등장한다. 관람객들이 압도되는 느낌을 받는 건 작가가 던지는 ‘인간 실존’의 문제에 대한 무게감 때문이기도 하다.
전시장 1층의 4개 대형 벽면을 대작 4점과 그 사이에 존재하는 격정적이고 역동적 ‘몸짓’을 표현한 작품 14점, 2층 전시장의 드로잉 60여점 모두 작가가 올해 그린 신작이다. 오 교수는 지난 5월 인천문화재단으로부터 2023년 인천미술 올해의 작가로 선정된 직후부터 이번 전시를 위해 신작에 몰두했다.
개막식을 찾은 윤범모 전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오 교수가 파리 유학 시절 매일 드로잉 10점씩 1년에 3천500점을 그려냈다는 일화를 소개하며 “엄청난 근면성을 보여주는 작가로, 공간(인천아트플랫폼)에 맞게 새로 작업한 이번 전시는 그의 예술 세계를 집약했다”고 평가했다.
오원배 교수는 “인천미술 올해의 작가 취지에 맞게 시대가 요구하는 형식과 내용을 갖춰야 하는 부담이 있었다”면서도 “인천아트플랫폼의 공간 구조를 생각하게 됐고, 작품과 일체화해야 하겠다는 생각에 전시장에 가벽을 세워 이제껏 보지 못한 작업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 교수는 “고향 인천에서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그동안의 성취를 확인할 수 있었다”며 “젊은 사람의 전유물인 꿈이란 것을 이번 전시를 통해 다시 꾸게 됐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이번 전시에서 진영 간 대립으로 다양성이 무시되는 현실, 사회 시스템과 제도의 모순, 인공지능(AI)의 출현으로 존엄성을 위협받는 오늘날 현실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한다.
2층 전시장 한 켠 아카이브 공간엔 오 교수가 송도고·동국대에 다니던 1970년대 인천차이나타운, 월미도, 인천항과 올림포스 호텔, 연안부두, 강화 전등사 등의 풍경을 담은 드로잉 작품도 만날 수 있다. 작가의 정서적 뿌리에 인천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전시는 내년 3월3일까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