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대학 지방 이전 토지매입
건축비·운영비 등 인센티브 제공
인재 몰리고 경제활기 '균형발전'
지역소멸 위기 파격적 정책 시급
다우서트는 "한국의 출산율은 14세기 유럽을 강타한 페스트 때보다 심각하다"며 2060년이면 3천500만명 밑으로 떨어질 것이라며 대규모 이민을 언급했다. 이어 저출산 원인으로 극심한 입시 경쟁과 보수적인 가족주의를 꼽았다. 그는 "한국의 잔혹한 학업 경쟁 문화는 부모를 불안하게 하고 학생을 비참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정확한 진단이자 부인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김누리 중앙대학교 교수는 대표적인 경쟁교육 폐지론자다. 김 교수는 대학입시와 대학 서열화, 대학 등록금을 폐지하고 성숙한 민주시민을 키우는 것을 교육 목표를 삼아야 한다며 근본적인 교육정책 전환을 주장하고 있다.
최근 조찬 포럼에서도 비슷한 진단과 문제 제기가 있었다. 초의수 신라대학교 교수는 "인구 감소를 이유로 경쟁력 없는 지방대학을 퇴출하겠다는 정책은 대안이 될 수 없다. 비수도권 주민들도 고등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다"며 기능중심의 고등교육 재편을 제안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서 시행 중인 연구 중심대학과 교육 중심대학, 직업교육 관련 커뮤니티를 예로 들었다. 초 교수는 기능 중심으로 고등교육을 재편하고 모든 대학 정원을 10% 내외에서 동시 감축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이와 함께 고등교육 정부 지출은 36.1%로 OECD 평균 66%를 크게 밑돈다며 대학 무상교육을 제안했다. 특히 초 교수는 "서울 소재 대학은 지대추구 이익을 향유하고 있다. 그들은 좋은 대학을 만들려는 노력보다 서울에 위치하는 입지조건만으로 유·무형 혜택을 누리고 있다"며 지역대학에 대한 파격적인 정책 지원을 강조했다. 사실 고등교육정책은 국가균형발전정책과 관련해 논의하는 게 효율적이다. 노무현 정부에서 공공기관 지방이전을 추진했지만 인구 분산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는 건 교육 때문이다. 대부분 이전기관 직원들은 자녀를 서울에 놔둔 채 홀로 내려가 있는 경우가 많다. 만일 지역에서도 좋은 교육기회를 누릴 수 있다면 가족동반 이주는 크게 늘어날 게 분명하다.
이와 관련 지역 거점대학 육성과 거점대학을 중심으로 다른 지역대학과 연계 발전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미국은 주립대학 중심으로 고등교육 정책을 설계했다. 지역대학을 육성하는 현실적인 방안으로 세 가지 정책을 주문한다.
첫째, 지역대학부터 무상교육을 시행하자. 국내 모든 대학에 무상교육을 시행할 경우 소요 예산은 대략 6조원으로 추산된다. 전체 대학에 대해 무상교육을 추진하면 좋겠지만 예산이 부담된다면 지역대학부터 시행하는 게 순서다. 이후 서울소재 대학으로 넓힌다면 짧은 시간에 지역대학 육성이라는 정책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둘째, 지역대학 재학생에게 주거비와 생활비를 지원하자. 독일은 오래전부터 매월 130만원 상당 생활비(바푁)를 지급하고 있다. 무상교육에다 생활비까지 지원한다면 지역대학으로 인재가 몰리는 건 시간문제다. 셋째, 서울 소재 대학이 지역으로 이전하면 토지 매입비와 건축비, 운영비를 포함해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는 국가균형발전 정책에도 부합한다.
지역대학에 인재가 몰리고 지역경제가 활기를 띤다면 국가균형발전은 자연스럽다. 이는 청년 인구증가에도 현실적 대안이다. 벚꽃 피는 순서대로 지역대학이 문을 닫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 지 오래다. 또 지역소멸 위기는 눈앞에 왔다. 파격적인 발상과 정책이 시급하다. 더 이상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임병식 서울시립대학교 초빙교수(前 국회 부대변인)